밴쿠버에서 집 사기
캐나다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이 한국과 다르다. 집을 팔려고 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정한 뒤 일정기간 동안 집을 꾸며 놓고 보여주는 오픈 하우스 행사를 한다. 행사 후 정한 날 중개업자를 통해 집을 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경매처럼 가격을 제안받은 뒤 그중 가격을 제일 높게 제시한 사람한테 집을 파는 방식이다. 즉 집을 사는 사람은 집이 마음에 든다고 바로 집을 살 수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반면에 집을 파는 사람은 여러 사람들이 경쟁을 붙으면 본인이 원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신랑의 사촌 형은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지나가던 중국 사람이 집을 판다는 사인을 보고 들어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제시한 가격보다 십만 불이나 높게 얘기하며 바로 사기를 원해서 꽤 좋은 가격으로 집을 팔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 중국 사람은 집값을 다 내고도 일 년 동안 집이 필요 없다며 사촌 형을 거의 무료로 그 집에서 더 살게 해주었다고 한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정말 밴쿠버에서 집사는 것은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우선 집값이 너무 비쌌다. 이스트 밴쿠버에서 새로 지은 깔끔하고 좋은 집들은 이백만 불이 훌쩍 넘었다. 2년 전에 집을 보러 다니셨던 시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오래된 집들도 그 사이 두배 가까이나 올랐다고 한다. 집값의 폭등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해서 몇 년 전 외국인은 집을 사면 취득세를 20%로 내야 하게 법이 바뀌어졌다고 한다. 또한 집을 사고 본인이 살지 않고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렌트를 운영하는 사람들로 인해 렌트비가 오르고 실거주자들이 쫓겨나는 문제 때문에 작년부터는 에어 비앤비 같은 단기 렌트도 본인이 같이 거주하는 집에서만 할 수 있게 법이 바뀌어졌다. 하지만 집을 보러 다니면서 여전히 집을 사려는 많은 중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역별로 하우스, 콘도,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집 가격과 정보를 알 수 있는 캐나다 부동산 회사 사이트
밴쿠버는 주로 집 모양을 보면 백인이 지은 집과 중국 사람들이 지은 집이 확연히 나누어진다. 백인들은 천정이 높고 외관도 각기 다르고 예쁘고 개성 있게 지은 집들이 많다. 신랑 말에 의하면 백인동네에서는 동네의 예쁜 이미지가 중요해서 본인 집 말고 다른 집의 형태도 신경 쓴다고 한다. 가끔 앞마당에 잔디를 안 깎아서 잡초가 많이 자라나거나 관리가 안되어 지저분하면 옆집이나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잔디를 깎고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웨스트 밴쿠버의 백인이 많이 사는 동네들은 공원같이 앞마당과 정원의 관리가 잘되어 있고 예쁘다.
반면에 신랑 표현에 의하면 ‘집 판매 카탈로그에서 골라서 이걸로 통일해 주세요’ 한 것처럼 찍어낸 집들은 주로 이스트 밴쿠버에 많고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주로 살기 때문에 신랑은 차이니즈 하우스라 부르는 이런 집들은 어느 동네에 가던지 찍어낸 듯이 똑같은 집들이 나란히 있다.
차이니즈 하우스들은 뒷마당은 물론 보통 잔디를 깔아 놓는 앞마당도 호박 및 각종 야채를 기르는 텃밭일 뿐이다. 이런 집들은 서로 잔디를 깎던 밭은 갈던 관심이 없고 상관하지 않기 때문에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보통 차이니즈 하우스들은 외관은 둘째치고 내부 구조도 별로 좋지 않고 싸구려 가전과(여기는 가전도 집에 포함되어 판다) 낮은 천정에 낡고 촌스러운 집들이 많았고 시장에 나온 지도 오래된 즉 안 팔린 집들이 많았다.
중국 스타일 집의 예
백인 스타일의 집들은 오래되어도 관리가 비교적 잘되어 있고 예쁜 정원과 함께 높은 천정에 좋은 구조는 물론 싱크대, 전자 제품들도 괜찮은 경우가 많았다.
백인 스타일의 집
이스트 밴쿠버 쪽에서도 특히 다운타운과 가까운 동네에 있는 집들 중 특히 2세대로 나누어진 하우스들은 오픈 하우스 행서에 가면 늘 젊은 백인 가족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였다. 우리 같이 모기지를 받아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젊은 사람들과 투자로 집을 사서 렌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방이 많고 한 세대로 된 큰 집보다 2세대로 분리된 집이 장기 렌털이나 에어 비앤비 같은 단기 렌털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듯하였다. 특히 오래되어도 천정이 높고 새로 수리되어 깨끗하게 고쳐진 집들은 집을 보는 사람들도 엄청 많고 사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시장에 나오자마자 바로 팔리거나 오픈하우스 후에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집들은 비싸게 팔리고 그나마 우리가 살 수 있는 가격의 집들은 너무 오래되어 낡고 허름하여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해 갈 무렵 밴쿠버에 오래 사셨던 시어머님께서 지금 집을 찾아 주셨다. 앞에서 보기에는 매우 작아 보여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어가 보았는데 앞에서와 달리 매우 넓고 좋은 구조와 집이 언덕 위에 있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자로 된 지평선이 보이는 뷰가 있었다.
1946년에 지어진 오래된 집이지만 콘크리트 기초로 튼튼히 지어졌고 십 년 전 지붕도 바꾸어서 깨끗했다. 집 외부 페인트 색도 마음에 들었고 오래된 큰 나무들과 아담한 정원 그리고 작은 연못과 물을 흐르지는 않지만 작은 시내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2개의 집은 출입구가 앞 뒤로 분리되어 있고 두 집 내부 구조도 잘되어 있고 거실에서 탁 트인 하늘과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뷰가 있었다. 게다가 보통 온수탱크를 설치하는 다른 집들과 달리 한국산 린나이가 온수기가 설치되어 있고 특히 주인이 살았던 위층은 정수기는 물론 가전제품들도 제일 좋은 독일제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밑에 층은 집은 최근 페인트 도색 후 간단히 수리해서 깔끔하고 벽난로는 물론 세탁기와 건조기도 새것이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합법적으로 렌털을 승인받은 집이라는 점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의하면 이 곳은 합법적으로 렌털을 승인받지 않은 집은 집세가 밀리는 문제가 생겨도 세입자를 쫒아 낼 수도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고 한다.
집이 매우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집을 바로 사기를 원했으나 집주인은 일주일 오픈 하우스 행사 뒤 월요일에 가격을 제안받아 결정하겠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집이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일주일을 기다려 중형차 한 대 값을 더한 가격을 써내었고 처음 집을 본 2주 뒤에야 결국 삼대일의 경쟁을 뚫고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최종 가격 결정과 집에 문제가 있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인스펙션 (Inspection - 전문가가 방문해서 수도관 전기 등 모든 집의 문제를 확인하고 보고해주는 과정, 보통 판매자가 보고한 하자 외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집 값을 깎거나 구매를 취소할 수도 있다.) 후에 계약금을 걸고 한 달 동안 은행을 찾아서 모기지를 해결하고 변호사를 만나 나머지 잔금과 세금을 낸 뒤 온갖 서류에 사인을 하고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융자 설정서류 등이 합쳐진 한 권짜리 집에 관한 서류를 받고 4월 중순 집 열쇠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