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웨스트와 이스트 동네의 차이
밴쿠버는 가운데 있는 가장 오래된 큰 도로인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를 기준으로 서쪽(웨스트)과 동쪽(이스트) 동네로 나누어진다. 웨스트는 UBC(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가 있고 바닷가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있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성같이 화려한 저택부터 비교적 크고 좋은 집들이 많은 한국의 강남과 같은 동네이다. 또한 퀸 엘리자베스 공원(Queen Elizabeth Park)과 같은 크고 한적한 공원들이 많고 동네마다 오래된 나무들과 산책로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백인 부자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고 많이 사는 동네라 한다.
이스트에 위치한 지금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일 년 반 동안은 밴쿠버 웨스트에 있는 케리스데일(Kerrisdale)이라는 동네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케리스데일은 웨스트 쪽에서 식당 쇼핑 등 작은 상권이 있어 큰 저택보다는 아파트가 많고 UBC가 가까워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사는 동네였다. 밴쿠버에 이십년 가까이 살고 있는 신랑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은퇴한 백인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중국에 온 것처럼 중국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밴쿠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 본토에서 온 부자 사람들로 인해 집 값이 폭등하고 사람들이 많아져서 예전에는 없던 교통 체증이 생기고 여기저기 고층건물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신랑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중국 부자들 때문에 집값이 올라서 집도 못 사고 차도 많이 막혀서 불편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였다. 그런 불평들처럼 케리스데일은 학구열이 넘치는 중국 학부모를 위한 온갖 중국 학원들과 중국 식료품점과 식당이 많은 얼핏 중국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심지어 은행이나 식당에 가면 직원들이 다 중국말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기 때문에 정말 이곳이 캐나다 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 사람들이 많은 동네였다.
올해 초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지금 사는 이스트 쪽을 본격적으로 알아보았다. 웨스트 쪽은 집들이 규모가 크기에 엄청 비싸고 주로 한 세대로 이루어진 집들이 많아서 두 세대로 이상으로 나누어진 집을 찾는 우리에겐 적당하지 않았다. 집을 알아보러 돌아 다니면서 젊은 백인들과 온갖 이민자들은 집 값이 비교적 싸고 다운타운이 가까운 이스트 쪽에 많이 사는 걸 알게 되었다. 중국인의 에너지에 지쳐 젊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원하였던 신랑과 나에게 이스트는 웨스트보다 여러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6개월 정도 이스트 밴쿠버에서 살면서 이 동네의 에너지와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밴쿠버는 날씨가 겨울에도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아 춥지 않고 살기 좋지만 일 년 내내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다. 처음 이민와서 수주동안 비오고 흐린 날씨들을 계속겪으며 왜 사람들이 해만 나면 기쁜 얼굴로 밖에 돌아다니며 햇빛을 나는 날씨를 즐기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날씨는 젊은 백인들에게는 집에서 자기만의 맥주를 만드는 열정과 시간을 주었고 덕분에 이스트 쪽에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다양한 맥주들과 젊은 백인들이 운영하는 트렌디 하며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밴쿠버 맥조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들은 철마다 나는 과일들과 독특한 풍미를 지닌 다양한 맥주들이 많아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신랑 친구들도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밴쿠버는 정말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있어서 어디서든 자전거로 다운타운과 모든 곳을 다 다닐 수 있다. 힙스터 도시답게 밴쿠버 젊은 사람들은 주로 편안 요가복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요가매트를 들고 다니면서 요가를 즐기며 초밥을 먹으러 다니는 매우 웰빙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여기저기 소규모 양조장들을 투어하며 맥주를 즐기는 취미가 많았다.
흐린 날씨나 비 오는 날에서도 야외 공원에서 공연을 즐기며 주말에는 동네 공원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 근처 농부들이 재배한 신선한 채소로 장을 보고 사람처럼 얌전한 애완견들과 산책을 즐기는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며 사는 이스트 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여유 있어 보여 좋았다.
또한 이스트 쪽에는 초창기 이민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며 자신들의 문화와 스타일을 유지하며 그 지역 문화를 형성하며 사는 동네들이 많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커머셜 드라이브(Commercial Drive)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로 맛있는 이탈리아 식당들과 상점들이 많이 있어 이탈리아 이민자 2세가 해주는 파스타를 먹고 쇼핑하며 산책하기 좋은 동네이다. 밴쿠버 여름에 다양한 문화 축제와 파머스 마켓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것도 이스트에 이사 와서 알았다. 커머셜 드라이브에서 이탈리아 문화 축제를 바운더리 로드쪽 그리스 성당이 있는 동네에서는 그리스 문화 축제를 하면서 동네 사람들의 결속력을 다지며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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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는 건물들에 다양하고 독특한 벽화들이 많았다. 빈 벽을 싫어하는 백인들의 문화의 영향인지 밴쿠버 곳곳에 긴 벽이 있는 건물이면 어김없이 다양한 스타일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여러 스타일의 그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이런 벽화를 그리는 문화는 여름마다 벽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모여 음악 그림 스케이트와 같은 길거리 문화가 합쳐진 밴쿠버 벽화 페스트발(Vancouver Mural Festival)과 같은 독특한 축제도 연다.
Vancouver Mural Festival : 2019.8.5-8.10
www.vanmuralfest.ca
한국에서는 벽화를 많이 그리지 않기 때문에 이곳 벽화들의 다양한 스타일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특히 그림을 그냥 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과 음악가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페스티벌은 상업적인 미술과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관적인 미술로만 나뉜 한국의 미술과 다르게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행사였다.
이제 두달 후면 밴쿠버로 온지 2년이 되어 간다. 짧은 기간이기에 아직 밴쿠버의 매력을 다 경험하지 못했지만 사계절 내내 해양 스포츠와 스키를 탈수 있고 계절마다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삶의 여유가 있는 이 도시는 나에게 아직도 매일 새로운 즐거움과 매력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