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여자아이의 어린이날 선물리스트에 로벅스가 있다. 로벅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의 화폐이다. 그것을 보자 20년 전 싸이월드 도토리를 사모으던 나의 20대가 생각났다. 나의 첫 메타버스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나를 대변했다.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아바타로 어느 날은 비공개로 문을 닫고 숨고 싶은 내 마음을 드러내는 나의 첫 디지털 부캐였다. 그 시절 시급 1800원짜리 알바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개당 100원짜리 도토리를 차곡차곡 모아 미니홈피라 부르는 메타버스세상의 나의 집도 꾸미고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들로 집을 꾸몄다.아홉 살짜리에게도 그런 표현이 하고 싶었나 보다. 가상화폐 로벅스로 딸아이만의 캐릭터로 만들만한 아이템들을 사고 넘지 못하는 벽을 넘게 해 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는다. 그러면서 현실과는 다른 나를 메타버스에 표현하는 것은 20년 전의 나와 같으니 뭔가 통하는 것 같다.
로블록스는 4년 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조카가 하는 것을 보고 5살 딸아이가 한글도 모르면서 그림만으로 이해하며 하는 그저 그런 핸드폰 게임일 거라 생각했다. 나에게는 메타버스라는 말도 모르던 시절이다.
무엇이 아홉 살 여자아이가 선물로 받고 싶을 만큼 매력이 있는 것일까?
사실 메타버스는 특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스며들고 있다. 비록 아바타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삶이 옮겨가고 있다. 현실세계에 있는 경제적인 생태계가 그대로 옮겨가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나만의 특별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가상화폐가 필요하기도 하고 사용자들끼리 거래를 하기도 한다. 메타버스의 인플루언서들은 실제 사용되는 화폐로 전환가능한 리워드를 받기도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여년전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처럼 스며들듯 익혀놔야 한다.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갑자기 펼쳐질지 모른다.
15년전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술이 성장하면서 우리 생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시장 보기, 여행예약, 병원예약, 세금신고까지 안 되는 것이 없는 지금이다.
스마트폰 없이 외출하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00 페이와 같은 기능으로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해결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업무, 학업, 책 읽기, 건강체크까지 포노싸피엔스라 불릴 만큼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의 생활이 그대로 옮겨져 메타버스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직접 경험하며 메타버스세상을 알아가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능숙하게 다루고 전문가가 되어 인플루언서들처럼 리워드를 받으라는게 아니다. 더 이상 전화통화가 아닌 스마트폰 앱으로 손가락으로 말없이 내가 원하는 브랜드의 나만의 치킨을 주문하는 배달 음식 주문법을 바꾸듯이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해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토록 빠져있는 로블록스에서 첫걸음마 떼듯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법부터 친구를 사귀고 함께 이런저런 세상들을 돌아다녀보자.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옮겨가는지 직접 경험해 보자. 공부하고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체험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