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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썸머 Aug 05. 2021

일탈! 나에게도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걸까

아이에게





마음을 달랠 새도 없이 어느새 쏟아져 나온 말에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다른 곳에선  되는데 절대 안 되는  그 자리.  아이 앞이다.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붓고 돌아서서 나도 모르게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짜증스러운 건데?


아이가 9 30분에 자기 시작하면서부터 530 새벽 모닝을 맞이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루틴을 채우고 온종일 뒹굴거리는데분명 그건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칭찬해 줘야  일인데도 자꾸 불쑥불쑥 나의 일상에 침범해서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참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온다.


내 마음의 소리는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대체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건데,

그럼 다른 거 하면 되지  나에게 찡찡하는 건데,




아직 아이인데   어른 대하듯 하는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알아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에 가득 차면  이렇게 문제가 된다.


엄마는 나에게 자식이 70넘은 노인이 되어도 부모에겐 아이 같아서 ‘길조심 해라  챙겨 먹어라’ 하는 거라고 했는데,   자꾸 이를   어른처럼 대하는 걸까? 아이의 엄마로 사는 삶보다 나로 사는 삶을 우선으로 두고 싶기 때문일까? 무언가 하려고 하면 힘들어지는 게 육아인데, 아직 나는 육아 터널  어디쯤에 있는데  자꾸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지?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것이  많은 아이, 매사에 관심이 많아서 알려고 하는 건데  그걸 자꾸 멈추게 만드는 버튼을 누르는 건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하고 대화하며 키워서 남들보다   말이 많은 것은   때문인데 요즘은  그게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잠든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오면서  눈시울이 뭉클하면서 내가 잊은 사이 15센티쯤 커버린 것만 같은 아이가 유난히 낯설어 보이는 오늘, 감사함보다 죄책감이라는 녀석이 마음속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다.


아마, 일탈! 그러니까 나에게도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어느 하루 맑고 한가로우면 

나는 바로  하루의 신선이다.

명심보감 제11편 55




명심보감 필사를 하려고 읽어보다가 문득 내 마음이 맑지 못하고 한가롭지 못해서라는 사실을 확인해 본다.


단 하루 일지라도 큰 지혜를 지니고 있는 사람처럼 맑고 한가로우면 그 순간만은 누구라도 신선의 경지를 만끽할 수 있다는데 큰 지혜를 보겠다고 읽고 쓰고 공부하며 매일 마음을 닦으면서도 여전히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일에 마음을 싣고 오락가락, 내 삶이 너무 각박하고 촘촘한 거 보니 여전히 작은 지혜 속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강의를 마치고 내일은 준이랑 점심 데이트하면서 폭풍 칭찬을 해주고 거대 사과도 좀 해야겠다. 아빠도 없는 요즘 엄마가 자꾸 엄마 편한 것만 생각해서 미안하다고, 너의 방학을 더 향기롭게 채워줄 수 있도록 맑고 한가로운 신선 같은 날을 더 많이 만들어 보겠다고 말이다.

네가 없는 날은  한순간도 상상할  없으면서 네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은 어리석은 엄마의 행동을 용서해주길 바라며,,, 꿈속에선 우리 신선놀음  실컷 하고 만나자  , 나의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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