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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썸머 Mar 25. 2022

미라클 모닝이 뭐예요?

내가 만드는 미라클 한 순간




새벽 기상, 미라클 모닝이 뭐예요?


3년을 넘게 알람도 없이 번쩍 눈을 뜨고 책 읽고 인증하고 글을 쓰며 공부하던 시절 난 오래 묵었던 불면증을 고치고 저녁 9시면 곯아떨어졌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지 내가 잠들기 위해 의식을 하는 것인지 모르게 어김없이 책을 읽어주다 곯아떨어졌다. 처음엔 그냥 잠든 것이 억울하고 시간이 아까웠는데, 아가처럼 일찍 잠드니 새벽 4시 30분 5시면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초기에는 오전이 지나갈 쯤이면 하품을 하다가 오후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겨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계속 힘내서 지속하곤 했다. 그리고 몸도 천천히 그 리듬에 적응을 해 나갔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롭게 도전한 공부를 위해 블록을 잡아둔 시간이 생겨서 정말 신났다. 나에겐 정말 미라클 한 모닝이었다. 그렇게 3년, 참 오래도 버텼다.


그러다 몸에 이상신호가 생기고 밤잠을 설치게 된 나는 자동적으로 새벽 기상을 멈추고 다시 불면증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 돌아 몇 년을 버티고 난 후 요즘 나에겐 너무 낯선 단어가 되었다. 새벽 기상, 미라클 모닝.


2022년 새해가 되고 무척이나 뜨겁다. 짹짹 모닝. 여기서도 저기서도 새벽 기상 인증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이루어냈는지 인증하기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조금씩 내가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늦은 저녁 수업을 하게 된 내가 9시 10시에 잠자리에 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새벽에 일어나면 8시 9시까지 버티고 수업하기가 많이 버겁기 때문이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나에게 숨을 변명거리를 찾아 아쉬운 마음을 달랬는지도 모른다. 나만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하지만 요즘 나는 자연스럽게 미라클 나잇을 하게 되었다. 9시면 책 읽어주며 잠들던 엄마 덕에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스스로 잠자리에 들어주는 기특한 아들 녀석 때문이기도 하고, 일을 마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타서 그날 일과를 정리하며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기록도 마무리하고 그림을 그리며 힐링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졌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별들의 불을 끄고 태양이 풀잎에 맺힌 이슬을 떠나게 할 즈음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오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난 책에서 이런 표현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이나 지식도 좋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미화된 표현, 잔잔하게 꾸며진 표현이 참 좋아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는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그래, 별들이 불을 끄고 태양이 풀잎에 맺힌 이슬을 떠나게 할 때도 너무 좋았지만, 모든 순간이 고요해지고 늘 그 자리에 있던 별들이 당당히 자신의 빛을 내는 밤 시간도 요즘 나에겐 참 아름다운 시간이지.’ 하면서 말이다.


치열하게 새벽에 일어나 인증하고 독서하고 인사이트를 나누던 날들이 부질없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이, 내가 보냈던 노력의 흔적들이 모여서 지금의 단단한 시간 활용의 힘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이 일하는 프리랜서인 나에게는 시간관리가 최대 핵심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 차리고 치우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커피 한 잔 내려서 앉으면 이런저런 문자 주고받고 체크하고 오전 시간이 훌쩍 사라져 버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챙기고 간식 먹여 학원 보내고 오후에 책 몇 페이지 읽고 나면 곧 수업할 시간이 다가오곤 한다. 그러면 밤이 되어 동동 하루 종일 못다 한 일들이 쌓여서 잠도 못 자고 피곤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새로운 일을 생각해내거나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마음의 여유, 숨의 공백이 좋은 글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준다고 믿는 나에겐 더더욱 그렇다.


기상 시간이 조금 뒤로 미루어졌을 뿐, 나에게 미라클 한 시간은 내가 만들어 내면 되는 것 같다. 해야 할 일과 서둘러야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매일 조금씩 루틴을 만들어 가는 일, 그 일이 가능해지고부터 나는 프리랜서가 즐거워졌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 본다. 늦어도 10시엔 데스크로 출근하고 점심도 거르지 않고 시간 맞추어 먹으려고 노력하며 밤 시간에도 너무 늦지 않게 나름의 시간을 정해서 잠자리에 든다. 남들에겐 미라클 모닝이지만 나에겐 미라클 데이가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시간 맞추어 퇴근하고 내 시간을 즐기는 사람처럼 내가 만들어 놓은 시간에 맞춰 취미도 즐기고 집안일도 챙겨본다.


남들이 다 새벽에 일어난다고 나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생활에 맞춰 루틴을 정하고 조금씩 해낼 수 있는 만큼의 양을 나누어 하루하루 해냄 버튼을 눌러가는 일, 그렇게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땐 시계를 아이에게 맞추고 내가 나이 들어 내 몸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면 내 몸에 시계를 맞추어 보는 것, 그게 현명하게 미라클 타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옷도 입어본 사람이  입고,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다니는 것처럼, 미라클 타임을 보내본 사람은 언제든 자신만의 미라클  순간을 만들어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자신만의 미라클 타임을 만들어 하루 잠깐이라도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할  있는 시간의 기적을 맛볼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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