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당당해지기
아이에겐 태어나자마자 친구가 된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조리원 동기로 만나서 13살이 되도록 여전히 모임을 잘 이어가고 있는 소중한 멤버 들이다. 매년 4월이 되면 두근두근 시작되는 아이들의 생일 주간, 모두들 끔찍이도 기다린다. 생일이 하루 이틀 차이인 아이들은 언제나 서로 계획을 공유하며 4월을 기다리고 서로서로 마음의 축하 인사를 나눈다.
그런 아이들과 3년 전부터 함께 하기 시작한 고전 독서 수업, 아이들은 자주 만나서 놀진 못해도 매주 줌으로 만나서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제법 궁합이 잘 맞고 가깝다. 좋은 글을 읽고 나누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며 친해지는 동안 아이들은 제법 바르고 근사하게 잘 자라주었다. 온종일 함께 놀아도 속상해하거나 티격태격하는 일이 없다. 여자 둘, 남자 둘 여사친 남사친으로는 정말 최고의 궁합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한참 전부터 노래 부르던 4월이 찾아왔다. 그런데 3년째 봄이 되면 어김없이 내 얼굴에 찾아오는 열꽃 덕분에 자신이 없었다. 간지럽고 따가워 예민해지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6학년, 어쩌면 학교 수업을 빼고 자유롭게 넷이서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는 올해가 지나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강행했다. 비록 열꽃일지라도, 가자! 놀이동산 나들이.
내 얼굴엔 걱정에 걱정을 얹을 만큼 불타오르게 피어난 열꽃이 가득했지만, 아이들 얼굴엔 하루 종일 웃음꽃이 가득했다. 그런데 가기 전까진 수십 번 후회하고 몇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나갔더니 봄바람에 (미세먼지 심해도) 마음이 살랑살랑했는지, 제법 견딜만했다. 하하 호호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운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잘 왔다 싶었다.
어떡하지, 평생 이렇게 살면 정말 어떡하지?
처음 내가 얼굴의 열꽃을 만났을 땐, 걱정만 했다. 기대했다가 좌절하기를 수십 번, 자꾸 은둔하려는 나를 발견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젠 안다. 몸과 마음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좌절하고 낙담하기보단, 당당하게 마주하고 이겨내기 위해 완전 무장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열꽃이 가득해 고개들 기도 싫었던 나였지만, 3년 차가 되니 받아들여지나 보다. 보기 흉하다고, 많이 따갑고 아프다고 한 번 뿐일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조금만 용기내고, 움직이면 눈앞에 웃음꽃과 향긋한 미소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젠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다. 마치 열꽃은 핀 적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