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은 참 잘 웃는다. 함께 길을 걸어가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도, 자면서 뒤척이다 눈을 한번 뜨고 바로 다시 눈을 감는 그 찰나에도, 나를 보고 해설피 한번 웃고 다시 잠이 든다. 내가 혓바닥을 쭈욱 내밀고 메롱을 하거나 눈알을 굴려 희한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면, 세상에 이렇게 재밌을 수가!라는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우리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참 잘 웃어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주머니는 '넌 뭐가 좋아서 그렇게 항상 웃고 있니' 하신다. 유모차를 밀고 백화점을 거닐다 보면 매장 직원들이 나를 향해 웃음을 짓는데, 그럼 여지없이 앞에서 우리 아들이 아주머니들에게 미소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 때면 그들이 자기를 봐주길 바라며 뚫어져라 쳐다본다. 가끔은 보고 있는 내가 다 안타까워 '아저씨 안녕하세요~ 하는 거야?'라고 입을 떼어 시선을 끌어준다.
사람들이 '누굴 닮아 이렇게 잘 웃나' 얘기하고 나서 날 보고는 '엄마를 닮아서 잘 웃는구나'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 한 구석에는 '내가 잘 웃나?'라는 물음이 올라온다. 나는 무표정, 심각한 표정을 더 자주 짓고 있는다고 생각하는데, 아들과 있을 때는 웃음이 올라와 있나 보다.
가끔은 아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봐주기를 바라고, 웃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받고 싶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봐주는지가 중요한' 마음이 벌써부터 크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것들은 물려받지 않았기를 바라본다.
겁이 많은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은 참 겁이 많다. 태어나기를 감각이 다른 아이들보다 민감하게 태어난 것 같기도 하다. 아기였을 때는 아빠 재채기 소리에도 기겁하고 울어, 아빠는 코가 간질간질해질 때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방을 뛰쳐나가기 일쑤였다. 아직도 삐용삐용 엥~ 소리가 나는 자동차 버튼은 자기가 누르지 못하고 반드시 나보고 누르라고 하고는 내 무릎에 앉아서 보고 있다.
어린이집 적응에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환경에, 처음 보는 선생님, 친구들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어린이 집에 몇 군데의 놀이터가 있는데, 우리 아들은 새로운 곳에 가면 꺄~ 소리를 지르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품으로 뛰어 들어가 가만히 관찰한다고 한다.
휴직을 한 뒤로는 아이와 매일 오후 놀이터에 가는 것이 일과였다. 내 나름대로 또래나 언니 오빠를 더 많이 만나게 해 주기 위한 심산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아이는 놀이터 쪽으로 가려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우리 아이에게 큰 형아들이 뛰어놀고, 누나들이 놀이를 하는 놀이터는 재밌는 장소가 아니라 불안한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 자기 자동차를 밀고 놀다가 친구가 와서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면, 후다닥 자동차를 놓고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들이었다. 그 이후로는 놀이터가 아니라 우리 아들과 내가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이나 단지 내 예쁜 길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나도 남편도, 바랬던 아들의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겁이 없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아이. 우리 아들은 (지금까지는) 우리가 바랬던 모습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시간이 많아서, 아이를 더 관찰할 수 있어서 이런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네가 지금 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어준다면 앞으로도 네 인생은 계속 눈부실 거야.
'Be sweet, polite and confident. Then amazing thing will happen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