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 오바마의 '비커밍'
이 책이 출판된 올해 초. 주변 여자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이 책이 참 자주 인용되었다.
사실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고, 퍼스트레이디는 자기가 '되었다'기 보단 '되어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퍼스트레이디의 삶이 어떤지 들여다 보기나 하자 라는 마음으로 나도 읽어 보았다.
이 책은 미쉘이 평범 아니 그 이하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스스로를 세우기까지, 전문직 여성으로 인정받으며 일하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그와 가정을 꾸리며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에서 봐도 버락 오바마는 참 매력적이고 '난 놈'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말로, 행동으로, 지식으로 그 많은 대중을 설득하고 감동시킬 수 있는가 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잘난 남자와 살며 그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가는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놓지 않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 온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잘 나가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 하지만 자신도 세상 속에서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을까.
나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드는 독립적이고 열정적인 직업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안정되고 희생적이고 겉보기에는 단조로운 듯 평범한 아내 및 어머니의 역할에도 끌렸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둘 다 갖고 싶었지만,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찍어 누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복직을 하기 전, 미쉘도 나 그리고 수많은 워킹맘들이 하는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남편이 주 의원에서 연방 의원, 당 후보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점점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남편의 플러스 원이 되어가는 상황이 조금은 슬프지 않았을까.
오바마를 만나 그 남자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사후적인 평가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도 참 현명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확히 알고, 상대방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통찰력 있게 그 사람을 파악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부모를 봐야 한다, 친구들을 봐야 한다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확히 어떤 점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당시에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이제 와서 깨닫는 부분이 참 많으니...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태 친하다는 것은 관계를 오래 유지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그가 강인한 어머니와 원만하게 지낸다는 것은 여성과 그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뜻이었다. 그가 자신만의 목표와 목소리를 지닌 배우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실을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서는 우리가 상대에게 결코 가르칠 수 없는 점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새로 갖춰주거나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자식 교육에 대한 부분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자존감 높고, 똑똑한 딸내미를 키울 수 있었을까. 미쉘 부모의 교육 방식을 보며 나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우리 부모님은 쉽게 판단하지 않고, 쉽게 참견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의 기분을 면밀하게 살폈고, 무엇이든 우리가 겪은 시련이나 성공을 자애롭게 지켜보는 증인이 되었다. 상황이 나쁘더라도 동정을 아주 약간만 표시했다. 뭔가를 잘 해내면 딱 적당할 정도로 칭찬하여 기쁘단 사실을 알렸지만, 그 이상 지나치게 칭찬하여 우리가 어머니의 칭찬을 바라고 무언가를 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어머니의 목표는 우리를 바깥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난 아이가 아니라 어른을 키우는 거야' 어머니가 종종 우리에게 하시던 말씀이다.
다른 사람, 특히 다른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들여다보는 건 참 재미있고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고 삶의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갈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인생을 부분 부분이 아니라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랄까... 그를 통해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고 그려나가게 된다.
자 그럼 나는 어떻게 앞으로를 꾸려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