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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Sep 26. 2019

복직이 다가온다.  

일하는 마음

집안일 육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 던 중, 친한 동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저 이직해요'


평소 업무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는 동료였기에 '아 결국...'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쉽사리 움직이는 스타일도 아녔기에 궁금증이 일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이 친구가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과 마음이 들었는지에 대해 들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팀에서 못해먹겠다'라는 것이었다. 그 팀의 남자 팀장은 팀장이 되자마자 자기 지인 (브라더들)들을 한 명 한 명 불러들였고, 팀 안에 자기 사람과 아닌 사람을 차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업무를 주지 않고, 중간에 자료를 전달하지 않고, 교묘하게 소외 시기키. 그 팀장의 사람이 아니었던 나의 여자 지인은 몇 번 항의도 해봤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마음고생은 고생대로, 커리어에도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 지인은 이직을 열심히 알아봤고 조만간 옮기게 된 것이다.


동료의 회사 생활과 이직 얘기를 들으며 마음 한편이 답답해졌다. 집과 어린이집만 오가며 잠시 잊고 있었던 그 현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나만의 공간 속에서 내 일을 해내며 보람을 느끼는 가슴 뛰는 순간들도 있지만, 동시에 윗사람들의 정치판도 봐야 하고, 나랑 코드가 맞지 않는 상사/동료들과도 매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 경쟁도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워킹맘이 된 나는 또 다른 커다란 핸디캡과 짐을 진 채 달려야 할 것이다.


'맞아 이게 회사였지...'




연차가 차가는 워킹맘이 되어보니, 욕심을 내려놓고 그림자처럼 회사를 다니는, 휴직을 반복하다 퇴사를 하고 마는 여자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택지를 택하는 이유는 사회의 구조적인, 사람들의 (특히 남자들의) 관념적인, 가정과 집안의 문화적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있어 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이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동료에게 '그 팀장 진짜 나쁘네. 하지만 결국 잘된 거잖아. 새로운 환경에서 파이팅!'이라는 위로와 축하를 건네면서도 씁쓸했던 이유이다.


지난달에는 옆 팀 동료 한 명이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사직서를 던지고 발리로 떠났다. 우연히 여행으로 갔던 발리에서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삶의 터전을 옮기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왜 떠나냐고 묻는 내게 그 동료는 ‘행복하게 살려고’라고 답했다. 이 친구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많이 일하고 똑똑했던 친구였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직급이 높은 남자들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던 그런 멋진 언니였다. 행복을 찾아 떠난다기에 축복을 건넸지만, 이 결정이 나도 화가 났던 조직개편 발표가 있은지 3개월 후 일어난 일이었기에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조금씩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는 여자 동료/선배들이 있다. 그리고 '일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일과 육아를 헤쳐나가는 워킹맘들도 많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자기 일을 찾거나,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를 새삼 실감한다.


약속한 휴직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요즘, 다가오는 복직을 애써 무시하며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계속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 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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