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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Nov 28. 2019

직장 어린이집 적응기

두 돌 생일 파티 

아이가 얼마 전에 두 돌을 맞았다. 쪼그마한 녀석이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을 살아내다니 (아니 내가 키웠지) 기특하다 (내가). 첫 번째 생일이야 양가 식구들이 모여 공식적인 돌 파티를 했지만 두 돌은 뭐 엄마 마음대로 하는 거다. 세 식구 조촐하게 케이크 한 번 불고 지나갈까, 조카들 불러 한 판 뻑적지근하게 놀까 고민하다 최근 들어 '친구'랑 조금씩 놀기 시작한 기념으로 어린이집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아들은 내가 다니는 회사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11명이 한 반인 만 1세 반인데, 거기에는 나처럼 엄마가 회사를 다니는 아이, 아빠가 우리 회사를 다니는 아이들이 섞여 있다. 어린이 집이 분당 끝자락에 있는 곳이라 아이들 사는 곳도 동탄부터 판교까지 다양하다. 집 근처 어린이 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하원 후 아이들이 같이 놀이터에서 놀거나, 서로의 집에 가서 놀거나 아니면 아이 등원 후 엄마들끼리 모여 커피도 한잔 하고 한다는데 직장 어린이집은 특성상 그게 쉽지가 않다. 일단 나처럼 휴직 중이거나 일을 안 하는 엄마는 11명 중 단 세 명, 나머지 엄마들은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정신없이 등원을 하고 하원 시간도 늦다. 일하지 않는 엄마들도 오며 가며 인사는 하지만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일은 하고 있지만 같은 회사를 다니는 엄마/동료들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좀 더 쉽게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막상 어린이집 친구들을 초대해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11명을 다 한 집에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사만 하고 지나치던 엄마 아빠들을 초대하는 것도 좀 어색했다. 친구들 전부를 초대해 키카에서 파티를 열까 했지만 키카는 주말에 파티룸을 빌려주지 않았다. 조금 친해진 회사 동료/엄마들을 초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지만, 혹시 엄마들이 부담스럽거나 우리 아이만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주중에 일하느라 바쁜데 주말에 우리 집에 오라고 하는 게 실례는 아닐까 고민이 됐다 (하아 이 작은 마음...) 그래도 같은 반에서 생활한 지 10개월이 되어가고 아이들끼리 밖에서 한 번 만나 노는 것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좋은 경험일 거야!라는 마음으로 엄마/동료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모두들 흔쾌히 콜~을 외쳤고 그때부터 생파 준비를 시작했다. 


파티업체에서 예쁜 풍선과 파티 용품들을 주문하고, 아이들 먹을 음식을 만들고,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잇감을 준비했다. 유난스럽기로 유명한 우리 남편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 때 하나씩 들려 보내라며 아이들 선물을 준비해 쇼핑백에 예쁘게 담아 주었다. 


토요일 오전 11시, 올망졸망한 아이 다섯 명이 우리 집 거실에 모였다. 한 아이는 포클레인을 잡고 주구장창 블록만 들었다 놨다, 한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거실 작은방 부엌을 뛰어다니고, 한 아이는 얌전히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그래도 자기들끼리 엄마 안 찾고 노는 게 어디인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노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노는 모습을 보니 재미도 있고 안심이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유난히 우리 아들을 챙긴다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우리 집에서도 아들을 살뜰히 챙겼다. 컵에 물을 받아 먹여주고, 색연필을 쥐어주며 그림을 그리자 하고, 아들 손을 이끌어 창문 밖도 구경하고. 문장으로 말하는 그 여자아이와 아직 의성어로 말하는 우리 아들은 신기하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듯했다.



3월에 처음 어린이집에 다닌 이후 한 6개월은 저나 나나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난 결국 휴직까지 하고... 그러던 것이 8개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에 헤어지는 것이 쉬워졌고, 이제는 하원 때도 집에 가는 게 좀 아쉬운 눈치다. 항상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반에서 가장 작은 아이였는데, 지금은 보면 가끔 친구들과 같이 놀고 있다. 근처에 누가 오기만 해도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도망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친구들 노는 곳에 끼어들려고도 한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지 어떻게든 적응한다더니 정말 적응을 잘했구나 싶다. 여전히 작고 겁 많은 아이지만 천천히 자기의 속도에 맞춰 크고 있는 우리 아들, 두 돌을 정말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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