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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Dec 19. 2019

내가 꿈꾸는 가족의 모습  

미드 모던 패밀리

어렸을 때는 그래도 주기적으로 친척들을 만나며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명절 때마다 사촌들과 용돈을 손에 들고 달려 나가 오락거리를 사고 군것질을 하던 기억들. 친척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명절이 항상 즐거웠고 기다려졌었다. 막내 이모는 우리 엄마와 유난히 친해서 우리가 사는 집 바로 옆집으로 이사와 거의 한 가족처럼 지냈던 기억이 있다. 이모에게 계란이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으면 엄마는 프라이팬에 계란 몇 알을 담아 창문으로 이모네 집에 건네주던 기억들. 우리 삼 남매는 엄마에게 혼나는 날이면 셋이 나란히 손을 잡고 이모집으로 피신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친척들과 만나는 횟수가 점점 적어지고 이제는 서로 경조사가 있을 때 어색하게 안부만 묻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여러 가지 원인과 사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빠 엄마 형제들을 하나로 묶어 주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밖에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형편에 맞게 이사를 가며 물리적으로 멀어지고, 집마다 경제적인 차이가 벌어지고, 재산 분쟁이 생기고, 사이가 틀어지는 형제자매가 생기고... 뭐 그런 원인과 사건들이 겹쳐서 지금의 소원한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얼마 전 친척형들과의 모임에 나갔다 온 남편이 모임의 분위기가 묘했다며 씁쓸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애가 좋기로 유명한 남편의 외가인데, 그쪽 역시 세대가 내려올수록 점차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한 번 본 영화나 드라마, 책은 다시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2017년에 마지막 시즌이 종료된 미드를 세 번째로 보고 있는데 '모던 패밀리'라는 드라마이다. 시즌 하나당 2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9개 시즌의 꽤나 긴 미드인데, 뭐랄까... 내 생활의 백그라운드 같은 드라마랄까. 중간에 다른 드라마에 빠져있다가도 이내 다시 이 드라마로 복귀한다. 열심히 보는 건 아니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나, 세수를 할 때나, 젖병을 닦을 때 그냥 옆에 틀어 놓는 것이다. 휴직 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요새는 더 자주 이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다.


드라마는 젊은 부인과 재혼한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기혼 두 자녀들의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다거나,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거나, 주인공들이 미남 미녀도 아닌 그냥 평범한 가족들의 일상생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소소한 이야기들이 너무 따뜻하여 계속 보고 있고 싶다. 이 세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할아버지 집에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의 학교 발표회, 축구 경기가 있을 때도 온 가족이 출동하여 같이 구경을 가고, 서로 아이를 맡기고 맡아준다. 그 안에서 싸움도 생기고 질투도 있지만 그렇게 부대끼고 살아가며 어떻게든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저 집의 아이들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고, 사랑 넘치는 삼촌, 재미있는 고모가 있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또래의 사촌들이 있고. 이런 단단하고 커다란 울타리에서 자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분명 다른 유년시절의 경험을 가질 것이다. 나를 지지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속에서 자란 사람은 훨씬 더 단단한 알맹이를 갖게 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저런 집안을 만드는 것이, 갖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물리적으로 가까이 살아야 한다. 거기에 아래 세대를 품어줄 수 있는 집안의 어른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할 때 행복해야 할 것이다. 나만해도 영원히 베프일 중 알았던 친언니와 결국 결혼 후 멀리 떨어져 분기에 한번 볼까 말까 하고, 동생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내 아이와 언니의 아이들이 나와 언니만큼의 애정과 각별함을 갖지 못할 사이가 될 거라 생각하면 그저 아쉽고 슬프기만 하다.


오늘따라 언니랑 동생이 더 그립다. 그리고 ... 둘째를 낳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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