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ttee Feb 07. 2019

남편을 더 사랑하자

2019 Resolution

새해에 집안 정리를 하면서 올해는 무슨 일이 있을까, 뭐를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머리에 전구가 켜지듯 떠오른 생각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남편의 새로운 도전, 회사일, 워킹맘 활동 등 올해 역시 우리 집에는 많은 중요한 일들이 있을 것이고, 나는 곡예를 타듯 엄마, 아내, J부장, 망고맘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이 많은 일들을 큰 감정 소모 없이, 매끄럽게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것이고, 남편한테 부탁할 일도 많을 건데, 그러려면 우리 둘이 사이도 더 좋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남편을 더 사랑해야겠구나... 대충 이런 사고의 흐름이었다.


비슷한 성향의 부부, 반대 성향의 부부가 있을 텐데 우리 부부는 후자이다. 장점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이고, 단점은 서로 이해가 잘 안 된다. 현실적이고 비판적이고 완벽주의적인 남편과, 이상적이고 긍정적이고 좀 허술한 나. 자연스레 남편은 잔소리하는 역할을, 나는 뭐 그리 빡빡하게 사냐고 반항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내가 꿈꾸는 부부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잠들기 전 손을 꼭 잡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부부. 주말에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시켜놓고 책을 읽으며 서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부.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딱 알아차리는 네 맘이 내 맘 같은 부부. 그리고 이런 알콩달콩한 생활이 노인이 되어서도 '당연히' 이어지는 부부.


내가 완전히 틀렸다.


재테크, 경제 서적만 쌓아놓는 남편과 소설, 에세이를 찾아 읽는 나 사이에 책을 통한 공감대란 없다. 남편의 매서운 눈빛을 보고는 '내가 뭐 또 실수한 거 있나...?' 싶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해 주면 '너는 회사생활 잘 못할 거 같아. 전체 돌아가는 판을 봐야지~ 블라블라 블라...'    


이런 사소한 것뿐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돈은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 세상과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같은 한 사람의 기본을 구성하는 가치관도 우리 둘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남편과 대화 (aka 말싸움)를 하다 보면 천 길 낭떠러지 끝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서있는 것 같은 좌절감,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다.




이런 우리가 그래도 삐그덕거리며 2인 3각을 뛸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믿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이 남자가 나쁜 인간이 아니고, 좋은 의도로 나와 함께 우리 가정을 잘 꾸리기 위해 이렇게 잔소리도 하고, 힘들게 굴리는 거고, 사실 마음속 깊이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다 라는 믿음. 남편 역시 이 여자가 허술하고 철없긴 해도 제 깐에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자기와 아이를 위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이 믿음의 다른 이름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거의 없고, 연애 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마음을 채워주는' 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식재료 떨어지면 장 봐서 냉장고를 '채워주는' 남자이고, 철 바뀌면 자기 옷은 안 사도 내 옷 한 벌은 꼭 사주는 옷장을 '채워주는' 남자이다.


4년 동안 수없이 싸우고, 많이도 울고, 사정도 하고 달래도 봤지만 이 남자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별 수 있나.


내가 남편을 더 사랑하자.




P.S. 글을 쓰다 문득 궁금해져 '우리는 이렇게나 다른데 어떻게 결혼해서 살고 있는 걸까? 물어보니 남편다운 답이 왔다. '성격은 다 다름. 사랑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힘 빼고 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