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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우 Feb 23. 2019

뿔닭, 너의 정체는?!

 <치킨 오디세이:위대(胃大)한 여정>



브레스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프랑스 동남부의 드롬 지방. 이곳에서 만난 닭은 드롬의 명물로 손꼽히는 뿔닭 '뺑따드'다. 


뿔닭은 엄밀하게는 닭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국내에선 호로새로 알려져있는데 몸통은 통통한 닭 같지만 머리는 조그마한 것이 꿩을 닮았다. 벼슬대신 머리에 모자를 쓴 것처럼 뿔이 나 있어서 뿔닭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호로호로 하며 운다고 '호로조'라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실제 울음소리는 '호로호로' 보다는 '끼약끼약'에 가깝다.


뿕닭의 고향은 프랑스가 아닌 서아프리카다.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있는 기니 지역에서 났다고 하여 영어권에서는 기니닭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 있던 뿔닭은 대체 왜 유럽까지 건너가게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흥미를 끄는 설화가 있다. 



기원전 2세기 로마제국과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던 무렵,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로마의 뒤통수를 치기위해 멀리 돌아 후방인 피레네 산맥을 넘기로 결심했다. 한니발은 6만명이 넘는 군대와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지금의 프랑스 드롬지역을 지났는데 여기서 군수물자로 가져온 뿔닭이 일부 병사들과 함께 탈영을 하면서 그대로 그 지역에 정착했다는 이야기다. 


뿔닭이 언제부터 유럽에 당도하였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로마의 부유층들은 자신들의 정원에 각지의 진귀한 새를 수입해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는 것으로 비추어보건대 전쟁통에 우연히 건너왔다는 이야기보다는 이 쪽이 훨씬 설득력있어 보인다. 



아프리카가 고향이라 그런지 뿔닭은 추위에 약하다. 그 때문에 뿔닭을 기르는 곳은 유럽에서도 남쪽에 치중해있는 편이다. 프랑스에서도 남쪽의 드롬지역, 이탈리아는 토스카나 지역이 대표적인 뿔닭 생산지다. 완전히 가축화된 닭과는 달리 뿔닭은 야생성이 아직 남아있어 키우기가 비교적 까다롭다. 



드롬 뿔닭도 브레스닭과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생산 규정이 있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뿔닭을 무려 52일 동안 키운다음 30일에서 최대 40일 가량 방목해야한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건 최소 87일 키운 영계 뿔닭이다. 영계라고 해도 무게가 거의 1.5kg에 달한다. 


하루 중 볕이 좋을 때 뿔닭을 풀어 놓는데 무리지어 뛰어다니거나 때로는 짧은 거리를 날아다니며 곤충이나 씨앗을 쪼아 먹는다. 자유롭게 자란 뿔닭의 맛은 어떨까. 



준비된 요리는 뿔닭의 고향을 반영한 듯 북아프리카식 타진 요리였다. 원래 원뿔형으로 길게 생긴 타진이라는 냄비에 재료를 넣고 재료 자체의 수분으로 조리하는 요리를 뜻하는데 조리방식보다는 들어가는 재료에 더 집중을 한 듯 했다. 다소 이국적인 고수와 고춧가루, 살구가 사용됐다. 



닭과 비슷하겠거니 하고 한 입 베어무니 뜻밖의 풍미에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익숙한 닭의 맛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꿩과 같은 야생조류의 진한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강렬한 육향은 종의 특성도 있겠지만 충분히 방목해서 뛰어다닌 탓도 있었다. 방목해서 키운 뿔닭의 육색은 쇠고기를 연상케할 정도로 진한 붉은 색을 띠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육계의 가장 붉은 부분이 핑크빛인 걸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유럽의 상류층은 비둘기나 메추라기, 꿩 같이 수렵해서 잡은 야생조류를 미식 식재료로 선호했다. 하늘에 있어 어느 동물보다 고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닭과 야생조류의 맛 어느 사이에 있는 뿔닭도 즐겨먹었다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맛을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일부러 썩기 직전까지 며칠 더 숙성해 '야생의 맛'을 극대화해 맛보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 입맛이 다소 섬세해진 요즘엔 그리 선호되지 않는 방식이다.



장터나 규모있는 마트만 가더라도 가금류의 종류는 네다섯가지를 훌쩍 넘긴다. 우리의 육계와 토종닭 같이 일반 닭과 시골닭이 있고 거기에 브레스닭 같은 고급계, 그리고 비둘기, 메추리, 뿔닭과 같은 특수가금류가 항상 놓여있다. 닭아니면 오리가 전부인 우리와는 꽤 다른 풍경이다. 


드롬 뿔닭 농장주는 닭보다 신경쓸게 많지만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다고 전했다. 가까운 일본에는 많지는 않지만 육용 뿔닭을 기르는 농가와 뿔닭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한국에서도 가금류가 가진 다양한 표정과 뉘앙스를 맛보고 싶다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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