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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요리는 많다
By 장준우 . Jan 03. 2017

사슴 버거(Elg Burger) 한 번 드셔 보실래요?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음식방랑기


"차별에 반대합니다" 


뜬금없이 웬 차별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인종 성별 민족 종교 간 차별만큼이나 '식재료'에 관한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선호와 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을 별종 취급한다던가 미개 혹은 야만적으로 보는 건 인종 성별을 차별하는 것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음식이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곤충을 이용한 요리는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먹는 사람과 그 문화는 존중하려 한다. 한 음식에는 그것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문화나 유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모든 식재료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북유럽의 사슴요리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문득 과거 당나귀 스테이크에 관한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나귀도 소고기나 돼지고기 그 어딘가 즈음에 있는 일반적인 식재료라고 생각했는데 몇몇 분이 못 먹을 것으로 여기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그르고 내가 옳다는 건 아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거기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다.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슴요리를 다루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이들을 이용한 요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 식재료로 사용되는 사슴은 일반적으로 엘크(Elk)와 우리말로 '순록'으로 번역되는 레인디어(Reindeer) 두 종류다. 엘크와 순록은 같은 사슴과 에 속하지만 종이 엄연히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양잇과의 호랑이와 사자의 차이랄까. 둘 다 거대한 몸집의 사슴으로 생물학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사슴'으로 묶으려 한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중부 유럽에 살던 몇몇 게르만족이 훈족의 침입을 피해 북쪽으로 이동해 거주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곳에는 사미(Sami)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슴, 순록과 엘크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중요한 식량이자 자원이었다. 소나 닭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슴고기는 영양가 높은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부산물인 털과 가죽은 옷감으로 주로 활용됐다. 나중에 이곳으로 이주한 게르만족들도 기후에 맞춰 자연히 원주민들의 식문화에 동화됐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야생 상태의 사슴을 사냥했지만 지금은 목장에서 대량으로 방목해 키운다. 어느 정도 규모의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주요 소비국인 북미지역과 북유럽 문화권에서 엘크와 순록은 소고기처럼 스테이크로 요리하거나 푹 인힌 스튜의 형태로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스테이크로 구운 사슴고기는 소고기와 비교해 뒷맛이 깔끔하고 단맛이 더 감도는 편이다. 말고기나 당나귀 고기와 비슷하달까. 엘크가 더 맛있느냐 순록이 더 맛있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어느 정육점을 가던 엘크 고기를 더 추천한다. 육향이 좀 더 강한 탓에 고기 맛이 더 좋다는 게 정육점 점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등심과 안심 등 고급 부위는 스테이크용으로 소비되거나 덩어리째 햄으로 가공된다. 이외의 부위들은 자연건조시킨 소시지인 살라미가 되거나 햄버거용 패티로 변신한다. 식재료를 파는 곳 어디든 엘크와 순록 살라미와 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맛이 참 독특하다. 돼지로 만든 살라미가 짭짤하면서 단맛을 주는 것과는 달리 짜고 시큼한 맛이 주를 이룬다. 그 정도는 순록보다 엘크 쪽이 한 수 위다. 이탈리아 살라미 마냥 그냥 썰어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와인 한 잔에 엘크 살라미를 안주 삼아 먹겠다는 생각을 하고 맛을 보면 아마 당혹스러움에 몸서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현지 사람들이 그러하듯 치즈와 함께 빵에 끼워 먹으면 꽤 괜찮은 간식거리가 된다.



길거리 음식이 끔찍할 정도로 많지 않은 북유럽에서 그나마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엘크와 순록으로 만든 햄버거다. 보통 햄버거용으로 사용되는 패티엔 소금이나 후추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들이 첨가되는데 이 때문에 햄버거에서 엘크나 순록 고유의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프랜차이즈 버거집에서 맛볼 수 있는 맛의 범주와는 크게 다르진 않지만 중요한 건 색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경험이니 애교로 봐주도록 하자. 북유럽의 길거리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북유럽을 거닐다 엘크와 순록 요리를 만나면 '귀여운 루돌프를 잡아먹다니 야만적이야' 하는 편견은 부디 버리고 한 번 도전 해보길 바란다. 의외로 입맛에 맞아 신세계가 열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는?

기자 생활을 하다 요리에 이끌려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하고 시칠리아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요리란 결국 사람,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유럽 방랑길에 올랐습니다. 방랑 중에 보고 느끼고 배운 음식과 요리, 공간과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진과 뒷 이야기들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jangjunwoo)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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