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요리와 좋은 글을 만드는 과정
글을 쓴다는 것은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글쓰기에서 재료는 글감이 될 수 있고 경험이나 취재한 내용일 수 있다. 날 것의 재료는 그 자체로 섭취는 가능하지만 아직 맛 좋은 요리는 아니다.
다음은 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 방향을 정해야 한다. 볶을 것인가 구울 것인가 아니면 삶을 것인가. 글로 따지면 주제를 정하는 과정이며, 기자의 은어로 표현하자면 '야마'를 잡는 과정이다. 최종 완성될 결과물의 밑그림을 그려놓는 것이다.
요리의 방향을 정했으면 조리를 한다. 재료에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주는 과정이다. 글쓰기에서는 파편적인 글 재료들을 한데 모아 자기만의 생각으로 소화시키는 단계다. 식재료가 조리과정을 거쳐 원 재료의 맛 이상의 풍미로 거듭나는 것처럼, 글 재료도 작가의 생각과 철학에 의해 요리되는 과정을 거쳐야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보기 좋게 담는 플레이팅 과정이 남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아무렇게나 접시에 담겨 있으면 식욕을 당기게 하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로 정제되고 짜임새 있는 형식을 갖춰야 한다.
좋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곧 좋은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비단 글과 요리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창작을 하는 많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려면 당연히 거치는 수순이다. 언제나 그렇듯 비극의 상당수는 어느 한 단계를 경시하거나 생략하는 데서 벌어진다.
문제는 요리는 그것을 먹는 사람, 글은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나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듯, 나쁜 글은 생각을 오염시킨다. 두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책임의식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