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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우 Nov 14. 2016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에서 찾은 맛의 비법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음식방랑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전경.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바르셀로나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젠 전설이 된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도 장을 보고 간다는 그 보케리아 시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보케리아에서 못 구하면 스페인 어디서든 구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는 이곳에서 온갖 식재료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그 지역에서 무엇이 나고 자라며 무엇을 먹는지 알려면 역시 시장을 찾아야 한다. 



보케리아 시장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즉석에서 볶거나 구워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이곳의 식당들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피노쵸 바Pinotxo Bar'. 피노초는 이탈리아 '피노키오'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근데 말이 '바' 지 우리네 재래시장 안의 간이식당과 다를 바 없는데 그렇다고 무시해선 곤란하다. 몇몇 식당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사용할 법한 최신식 시설에 주방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미슐랭 식당 못지않은 음식을 내는 곳도 있다. ‘분자요리의 아버지’도 단골이었다는 소문에 유명해진 이 바의 상징은 바로 3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킨 이 할아버지. 시장에선 거의 리오넬 메시에 맞먹는 인지도를 가진 유명인사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한다. 인사받으랴 주문받으랴 음식 갖다주랴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손님들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함박웃음을 보이는 일은 잊지 않으셨다.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 건 단지 음식만이 아닌 따뜻한 '정'이 있어서랄까. 같은 요리라면 마음이 가는 곳을 더 찾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건 이곳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피노쵸 바Pinotxo Bar의 피노쵸 할아버지.


피노쵸 바Pinotxo Bar


점심시간에 이곳을 방문했다. 말 그대로 시장바닥이라 앉아서 차분하게 메뉴를 고를 여유는 없었다. 자리에 앉으니 할아버지가 묻는다. 고기냐 생선이냐. 둘 중에 하나를 고르면 그날의 메뉴를 알아서 갖다 주는 식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알루비아스 콘 칼라마르시토'. 익힌 콩을 꼴뚜기와 함께 오일에 볶는 꽤 간단한 요리지만 맛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익힌 콩의 구수한 맛과 진득한 질감이 짭조름한 꼴뚜기에서 나는 바다 내음와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여기에 약간의 비네거 소스가 곁들여져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맛과 짠맛을 산미가 균형 있게 마무리한다. 그저 훌륭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맛이다. 



추가로 구운 새우, 생굴을 시켜먹고 아쉬운 마음에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어느 메뉴 하나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식재료의 신선도와 할아버지의 살인적인 함박웃음, 활기찬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할 정도의 '간'이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간’이다.


 간이 모자라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없고 간이 과하면 짠맛이 음식을 망치게 된다. 그만큼 간을 잘 맞추기가 어렵다. 요리사가 절대미각을 타고난 게 아니라면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요리학교에서도 그랬고 주방에서 일할 때도 요리가 거의 완성될 즈음 항상 셰프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소금은 넣었어?" 잔소리 같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늘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간이 다르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염도에 대한 기호는 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어떤 재료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염도는 각기 기준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재료의 맛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맛본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익힌 감자를 썰어 소금 간을 세 단계로 해 맛을 보자. 감자가 가장 맛있어지는 지점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사가 요리를 잘하느냐는 못하느냐는 얼마나 예쁘게 음식을 만들고 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간을 잘 맞추느냐에 달려있다. 간을 잘 맞춘 다는 건 식재료가 가진 특성, 즉 염도를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에서 요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분명 레시피대로 똑같이 했는데 결과물의 맛이 시원찮은 이유는 당신이 '마이너스의 손'이라서가 아니라 조리 상황에 맞게 제대로 간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손맛'이란 손에서 느껴지는 짠맛이 아니라 바로 '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뜻한다.



보케리아 시장 안 몇몇 식당에서 먹어본 요리들은 모두 간이 알맞았다. 거대한 접시에 담긴 모둠 해산물에 무심히 굵은소금을 뿌리는 듯해 보여도 결과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야말로 온전히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훌륭한 식재료와 훌륭한 요리사가 만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고 싶다면, 보케리아를 찾으라. 


보케리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해산물 모듬. 이것이 1인분이라는 것이 믿겨지는가.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는?

기자 생활을 하다 요리에 이끌려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하고 시칠리아에서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요리란 결국 사람,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유럽 방랑길에 올랐습니다. 방랑 중에 보고 느끼고 배운 음식과 요리, 공간과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진과 뒷 이야기들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jangjunwoo)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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