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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우 Mar 15. 2018

어렵고 힘든 일을 한다는 것

치즈 불모지에서 치즈를 직접 만드는 <치즈 플로>



지난 달 도쿄에 갔을 때 거의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그중에서도 시내 한복판에서 치즈를 직접 만드는 곳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근교의 농장에서 원유를 직접 받아와 그 자리에서 제작, 숙성까지 진행해 판매하는 소규모 치즈샵을 보고 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드는 데 드는 수고스러움과 노력, 그리고 판매의 어려움, 재고관리 등을 고려했을 때 치즈 소비시장이 작은 환경에서 소규모로 치즈를 만든다는 건 장사로서 메리트 있는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산 원유로 치즈를 만든다는 개인의 신념과 흥미, 그리고 사명감 같은 것이 없으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도쿄의 치즈샵에 관한 포스팅을 올렸을때 서울에서도 직접 치즈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누군가 알려주었고 한 달이 지나서야  드디어 이태원에 위치한 치즈플로를 찾았다.


지방 농장에서 소규모로 치즈를 만드는 곳은 있지만 도심에서 이렇게 직접 치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리라.



모차렐라나 부라타 같은 프레시 치즈 뿐 아니라 브리, 블루치즈 그리고 체다나 팜하우스와 같은 반경성치즈를 맛보고 살 수 있다. 모차렐라, 부라타는 웬만한 수입산보다 낫다 싶을 정도로 훌륭했고, 체다와 블루치즈는 익숙한 공산품의 맛이 아닌 독특하고 개성있는 풍미가 느껴져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매장에서 직접 치즈를 만드는 조장현 셰프


한국에서 치즈를 만든다는 일은 국내산 와인이나 시드르, 하몽, 프로슈토 등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원재료와 테크닉, 그리고 환경에 따라 맛이 결정되기에 웬만큼 해서는 수십, 수백년의 노하우를 가진 종주국의 퀄리티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것이 현실이다. 조장현 셰프님은 앞서 이야기한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치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데까지 왔다고 한다.



소비자가 종종 범하는 우는 환경의 차이를 간과하고 결과물만 놓고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다. '어디서 먹어 보던 거와 비교하면 별로야' '역시 와인.치즈는 프랑스를 따라 잡을 수 없어' 식이다. 물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퀄리티의 우열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가능성과 확장성이다.


무언가 바꾸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길은 결코 꽃길일 수 없다. 안 될거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일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냉소가 아닌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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