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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태국 크라비 여행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당신에게

by 리안

원래 계획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랑카위로 이동한 뒤, 배를 타고 태국 꼬리뻬로 가는 것이었다.

랑카위에서 꼬리뻬까지 왕복하는 스피드보트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하지만 몬순 시즌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보트 운행이 중단된 것이다.

꼬리뻬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물 건너갔지만, 태국의 바다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민하다가, 절벽 뷰에 마음을 빼앗겨 크라비행을 결정했다.

어차피 우기라 맑은 바다는 어렵다고 판단했으니, 그럴 바에는 웅장한 자연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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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에어아시아를 타고 크라비로 향했다. 좌석은 맨 앞자리로 지정했는데도 한화 6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처음 타보는 항공사이기도 하고, 본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가격만 생각한다면 가성비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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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비에서는 2주간 머물 계획이었고, 처음 5일은 아오낭 듀공이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구글 리뷰도 괜찮았고, 바로 앞에 세탁소와 맛집이 있어 편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보이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은 크라비에 단 한 군데도 없었고, 엑스트라 베드를 추가해도 1박 5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이라 5일만 예약해 보고 만족하면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개미 대란을 맞닥뜨렸다. 작은 개미부터 큰 개미까지 침대와 테이블 곳곳에 개미가 우글우글했다. 프런트에 얘기도 해보고 청소에 신경 써주길 부탁하며 팁도 두둑이 드렸지만 개미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우린 숙소 연장은커녕 5일을 겨우 버티고 다른 호텔로 옮기게 되었다.





이 와중에도 남편과 아이는 숙소 수영장에서 온종일 물놀이 삼매경이었다.

“이 사람들, 진짜 오징어가 될 생각인가?”

싶을 정도로 물에서 나오질 않았다.




우리는 매일 아오낭 비치를 산책하며 크라비 바다에 홀딱 반하게 되었다.

잔잔한 물결과 수평선, 낮게 깔린 구름. 우리나라 제주도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나는 이 순간의 크라비 바다를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첫날과 이튿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스콜성이라 오래 내리지는 않았다.

빗속의 크라비도, 비가 그친 뒤의 크라비도 운치가 있었다. 나는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기에 하는 여행을 꺼리지 않는다. 그리고 물론 여행에서 날씨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즐기느냐를 더 중요시하는 편이다.





저녁은 숙소 앞 식당에서 해결했다.

비가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기다리다 만난 독일의 신혼부부는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일주일 내내 왔다'며 기대감을 한껏 높여줬다. 우리는 이곳에서 새우 요리, 쏨땀, 닭죽, 태국 국수, 모닝글로리 볶음을 먹어 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아이는 한식 파라 닭죽만 먹고, 나머지는 손도 안 대고 투덜댔다.


여행 내내 아이는 투덜거렸다.

“이건 싫어.” “저건 안 먹을래.” “이건 안 할 거야.”

이날도 역시나 입이 뿌루퉁 나와있었다.


마침내, 늘 온화하던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여행 중이야. 한국에서처럼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없고, 익숙한 것만 할 수 없어.

여행은 새로운 걸 경험하는 시간이야. 용기 내서 한 번 도전해 봐.”


남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인자함이 공존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도 묻어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이는 결국 한 입을 떴다.


표정은 미묘했지만, 어쨌든 첫걸음을 뗐다.





그렇게 크라비에서의 첫 며칠이 지나갔다. 개미와의 사투, 예상과 다른 음식들, 비 오는 날씨까지.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처음 여행하는 크라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것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그려보았다.

대부분은 크라비의 여유로움을 즐길 예정이지만 야시장 구경, 카약킹, 라일레이로는 배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크라비의 바다는 여전히 잔잔했고, 우리의 크라비 여행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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