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생각을 담는 글쓰기

by 양경은


매일 글쓰기를 선포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온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쓰려고 계획은 했는데 그것도 삼일천하로 끝났다. 새벽에 쓰지 못하면 하루 중 아무 때나 쓴다. 하루 한편, 1,000자 이상, 새벽 6시, 30일간 글쓰기를 나하고 약속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즉흥적으로 어느 날 혼자 선포해버렸다. 새벽 6시 글쓰기는 애초에 글러먹었다. 나머지 3가지 사항이라도 한 번 해보자!!!!



내가 왜 30일간 글쓰기라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을까?



2020년 4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하고 거의 매일 1일 1포스팅을 했다. 블로그 글은 정보성 글을 써야 노출도 잘 되고 조회 수가 높다. 그런 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길 가다가 책을 보다가 누군가를 만나다가 문득 스쳐 지나는 생각들을 어딘가에 모아보고 싶어 졌다. 그런 차에 찾은 곳이 브런치라는 공간이다. 브런치는 글 구성도 예쁘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고 작가라는 타이틀도 반할만했다. 3번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서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엎드려 절 받기 일지 몰라도 축하한다는 말은 듣기 좋다.



중년에 접어들면 나 자신의 결과물로 합격 소식을 듣고 살기는 어렵다. 삶의 색다른 경험이고 기쁨이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브런치에 써나갔다. 글쓰기 모임에 참가해서 억지로라도 글을 써나갔다. 글을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느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은 쓸 때마다 누군가 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치는 경우가 많다.







표현이 너무 두루뭉술한데?
뭐야 제 잘난척하는 거네?
네가 뭐라고 남들한테 훈계질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 자신감이 훅 떨어진다. 내가 뭐라고 글을 쓴다고 이 고생일까? 글을 쓴다고 내가 부귀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오늘도 끙끙대고 있을까? 그 이유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글 한편을 쓰고 나면 속에 있는 무언가를 말끔히 덜어낸 느낌이 난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의 파편들을 끌어모아 보자기에 싸서 소담하게 담아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그냥 나는 그렇다. 여전히 한편씩 글을 써내는 것은 나에게 힘든 시간이다. 유명한 작가들은 각자의 노하우가 있을까? 난 그런 거 없다. 그냥 쓴다. 원칙이랄 것도 없지만 나는 이렇게 쓴다.





그냥 노트북 앞에 앉아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려놓는다.



글쓰기 책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일단 글 쓰는 도구 앞에 앉아야 뭐라도 써진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차마 시작을 못하는 때도 많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의 단상이 떠오른다. 그럼 시작한다. 요즘은 주로 책 속에서 주제를 많이 발견했다. 감동적인 문장을 서두로 놓고 내 생각을 풀어나간다. 쓰기 전에는 과연 길게 쓸만한 이야기일까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한 문장 한 문장 쓰다 보면 글이 이어진다. 쓰다가 배가 산으로 가듯 처음 주제에 벗어나서 전혀 다른 글이 나올 때도 있다. 지우고 원래 방향으로 돌아갈 때도 있고 잘못 들어선 글 방향이 더 맘에 들어서 그냥 쭉 써 내려갈 때도 있다. 다 쓰고 나서 제목을 글과 어울리는 것으로 수정하면 된다. 맥락이 자연스러우면 나 자신에게는 합격점이다.



음악과 커피를 준비한다.



글 쓰는 장소는 따로 정해놓지 않는다. 내 방 책상, 침대 위, 식탁 위, 거실 어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기분 내키는 대로 어디든 앉아있는다.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다. 바로 음악과 커피이다. 유튜브에 책 읽을 때 듣는 음악, 글 쓸 때 듣는 음악 중에 골라서 계속 틀어놓는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주로 라디오나 노래를 듣는 편이다.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집중하느라 말소리가 나오면 방해가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클래식 문외한인 나도 듣기에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DJ 강석우 님의 이야기가 정감 어려서 자꾸 귀 기울이게 된다. 글 쓸 때는 오히려 생각의 방해가 돼서 듣지를 못하는 게 안타깝다. 커피는 아무거나 마신다. 별다른 커피 취향은 없다. 커피 향만 나면 좋다.



솔직하게 쓴다



당연한 말이다. 의외로 지키기 힘들다.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다 까발리는 느낌이 부끄럽다. 하지만 솔직하게 쓰면 글이 잘 써진다. 좋은 글 여부를 떠나서 일단 술술 써진다. 내 느낌과 경험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멋지게 써보려고 하면 한두 줄 쓰다가 바로 막힌다. 소설을 쓴다면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지만 에세이 글을 쓰려면 내 안에 있는 나를 드러내면 되는 거다. 요즘 정회일 작가의『읽어야 산다』를 읽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많다. 동생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들을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면서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본인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문장을 보면서 공감이 된다. 바로 내가 느꼈던 순간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거다. 다만 솔직한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는 과정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정도로 다 썼다. 역시 마무리가 어렵다. 갑자기 끝내버릴까? 감사합니다 인사말을 하기에도 어색하다. 여전히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 글쓰기 고수도 아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게 창피하긴 하다. 이렇게라도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해 놓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남겨본다. 한편 끝냈다.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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