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강사의 꿈을 품었다고 바로 할 수는 없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온라인에서 강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직접 가서 교육도 받아보았다. 교육 한 번으로 곧바로 강사로 성장하기는 어려웠다. 실전 경험이 필요했다. 일단 저질러보기로 했다. 내가 가진 특별한 경험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왔지만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결과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지나온 시간을 쭉 뒤돌아보았다. 어떤 내용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까 고민해 보았다. 그동안 해금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겪은 노하우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팀원들과 화합하고 지역에서 동아리 운영지원금을 받아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이 무렵 이민규 저자의 '실행이 답이다'를 읽었다. 책에 나오는 구절에 자극을 받았다.
일단 저질러보자.
책에서는 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역산 스케줄링을 해보라고 적혀있었다. 향후에 내가 강사로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경험을 쌓아 나가야 했다.
먼저 블로그에 '소그룹 운영 노하우' 관련 무료 강의 공지부터 했다. 정말 내 글을 읽고 올지 걱정되었다.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블로그를 보고 한두 사람씩 신청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20명 이상 신청을 했다. 그 순간에는 흥분을 했다.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듯했다. 이때 처음으로 블로그로 나를 알리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서 내가 상상치 못할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강의를 한다고 공지는 했으니 준비를 해야 했다. 뭐부터 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일단 사람을 불러놨으니 보여줄게 필요했다.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15년 만에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거다. 흥분과 걱정이 동시에 맴돌았다. 내가 보기에도 조악한 수준의 발표 자료였다. 어쩔 수 없었다. 디자인 감각도 없고 어떻게 내용을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냥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내 능력도 모자랐다.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ZOOM 사용법도 테스트 해보았다. 한 시간 이상 소요될 강의라서 유료 가입도 했다. 월 1, 2만 원 회비를 내야 하는 ZOOM 사용료를 결제할 때 두근거렸다.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않았지만 내 일을 위해서 한발 나아가는 듯 했다. 유료 결제가 뭐 대단한 거라고 호들갑 떤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취미생활이 아닌 내 일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게 처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떨면 어떡하지?
진짜로 사람들이 접속을 할까?
발표 자료에 문제가 생겨 슬라이드 쇼가 진행 안 되면 어떡하지?
ZOOM 사용에 실수하면 어떡하지?
강의하기 하루 이틀 전부터 걱정에 휩싸여서 다른 일에 집중을 못 했다. 닥치면 하겠지라는 생각은 나에게 전혀 위로가 되질 않았다. 강의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무얼 준비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바인더를 생각해냈다. 그동안 동아리 활동하면서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모두 프린트했다. 내용별로 분리해서 찾기 쉽게 정리했다. 두 권의 두툼한 바인더가 완성됐다. 바인더를 보며 2년 동안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해야겠다고 맘만 먹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이런 기회로 동아리 활동을 뒤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계기가 있으니 미뤄왔던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발표하는 날이 되었다. 저녁에 진행하는 것인데 아침부터 계속 긴장상태였다. 신청한 사람들 중 90% 이상이 참석했다. 별 탈 없이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차분히 내가 준비한 내용을 모두 전달하니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강의도중 발표에만 100% 집중할 수 없었다.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가끔 살피기도 하고 참여자의 이름도 가끔 불러주면서 분위기를 띄워줄 필요가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니 떨리지도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끝까지 해냈다. 첫 강의에서 수강생에게 큰 혜택을 준거보다는 내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내 강의를 들어줄 사람을 모아서 실제 연습을 해봤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였다.
첫 경험은 나에게 이 길로 가도 되겠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중년이 되어 가슴 뛰는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들 앞에서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게 흥분됐다. 나도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졌다. 타인이 직접 인정해 준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은 만큼 행복했다. 내가 가진 콘텐츠만 많은면 얼마든지 강의로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겼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막연했던 비전이 6개월 정도 지나니 나에게 생기려고 했다. 블로그 하느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람도 생겼다. 강사라는 세계는 한번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향후 5년간 내가 몸담을 수 있는 비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