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분이 물어보신다.
그동안 살면서 누구한테 가장 관심이 많으셨나요?
가족, 친구, 나 중에 누구인가요?
그분의 질문에 난 당당히 대답한다.
저는 항상 저한테 관심이 가장 많았어요
그랬다. 난 항상 내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았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도 내게 필요한 일정을 먼저 설정하고 다음으로 가족의 일정을 비어있는 시간에 할애했다. 집안일은 늘 뒷전으로 미루고 지냈다. 삼시세끼 거르지 않고 적당한 청결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적당한 청결이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집안에 먼지가 보이거나 손가락으로 가구나 책장을 쓱 그었을 때 새하얀 자국이 나올 때쯤 마지못해 청소를 한다. 청소기 한번 돌리는 정도다. 걸레질은 한 달에 두세 번 할 정도이다. 욕실 청소는 바닥에 머리카락이 눈에 띄기 시작하거나 욕실 바닥 세면에 줄 타일에 누런 때가 쌓일 때쯤이면 물때 청소를 하곤 했다.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서 개운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질 않았다.
다음날 일정을 전날 자기 전에 정리해본다. 직장을 다닌 것도 아니지만 자기 계발에 힘쓰느라 하루 일과가 빠듯하게 돌아갔다. 늘 새로운 공부와 연습에 치여서 살았다. 발전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뚜렷한 사회적 지위가 없으니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가끔은 하루 종일 늘어지게 쉬고 싶은 날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쉬고 지낸 날도 많다. 그런데 편안하게 쉬면 나에게 찾아오는 공허함이 컸다. 책에도 보면 쉼을 동시에 누릴 줄 알아야 발전도 동반된다고 했다. 그러나 쉬었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아직 뭔가를 이루고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계속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남들은 나에게 늘 이런 말을 한다.
"너 참 열심히 산다. 굉장히 열정적이다!!!"
당연히 칭찬으로 하는 말이니 웃으며 듣는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허탈함에 발버둥 치는 거라고 외쳐댔다. 그러니 힘들어도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나갔다.
성실하게 뭔가를 배워나가는 것은 자신 있었다. 남들보다 빨리 이해하고 익혔다. 문제는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자격증 공부를 해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자격증만 따 놓고 말았다. 영어공부를 수년 동안 해왔지만 말문이 트이는 단계까지 가질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배운 다양한 스킬이 많다. 중년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보다 빨리 배우고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이 안되었다. 단순한 스킬을 배우는 수준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정신과 실행력이 겸비되어야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좀 어려운 단계의 도전 앞에서 주춤하고 했다.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공부하고 도전하면서 바쁘게 살면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를 채우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한 것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커다란 오판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 부끄러워 감추려고 애쓰는 과정일 뿐이었다.
그저 나를 자책하고 비판만 한 거다. 그렇게 잘 살아보려고 애쓴 나한테 내가 바로 욕하고 삿대질을 한 거나 다름없다. 내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질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내가 수고롭게 살았는지 알아주지도 않은 거다.
남들이 나를 위로해주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나는 나를 사랑해주었어야 했다. 수고했다고 토닥거려주었어야 했다. 그런 사랑을 주었더라면 얼마나 내가 자랑스러웠을까. 내가 나를 아껴주었다면 훨씬 남들 앞에서 우뚝 섰을 것이다. 조금 부족해도 칭찬하고 힘을 실어주었어야 했다.
남들 앞에서 나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겸손한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나의 이런 말들이 얼마나 징징거리는 이야기였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듣는 이에게 좋지 않은 짜증 나는 기운만 전달한 꼴이었다. 어차피 나의 안위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닌데 난 내 하소연만 늘어놓은 꼴이었다.
앞으로는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자. 고생했다고 격려해주자.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크게 동네방네 소문 내주자.
두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소리 질러봐
"그동안 나를 위해 애써준 내가 고맙다.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준 내가 고맙다.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내가 사랑스럽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나란 사람이 참 소중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