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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Mar 30. 2021

나를 성장시키는 공간이 있나요?


각자 좋아하는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내가 주로 머무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물론 주부이다 보니 주방에 자주 있기 마련이다.

주방은 가족과 나를 위한 장소이다.

그곳에서 만들어낸 내 결과물은 가족을 위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곳이지만 나를 위해 활용하기 시작한 거다.

예쁘게 꾸며놓지 않았지만 이 공간에 들어서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내 공부방이다.


하루 중 많은 일을 이곳에서 한다.





옷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붙박이 옷장과 책장과 서랍장이 놓인 방이었다.

남편이 이 방을 서재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의 남는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서 꾸며놓았다.

막상 세팅해놓았지만 남편은 거의 들락거리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내 노트북과 아이들과 쓰지 않는 커다란 독서대를 배치해놓았다.




짙은 남색 책상 위 덮개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 중 하나이다.

책상 위의 유리 느낌이 차가운 게 싫어서 깔아놓은 건데 색깔과 감촉이 맘에 든다.

노트북은 독서대 위에 놓고 무선 블루투스 키보드를 활용해서 글쓰기를 한다.

노트북 키보드는 터치감이 시원스럽지 않다.

블루투스 키보드의 자판을 누를 때 나는 탁탁탁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밝아진다.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생각들을 걸러내지 않고 노트북에 써 내려간다.

그럴 때면 내가 작가라도 되는 양 혼자서 의기양양해한다.





책을 읽을 때는 키보드는 위에 올려놓는다.

늘 보는 책과 수첩을 꽂아놓고 상시로 꺼내본다.

책상 위에 내가 필요한 물건들을 배치해놓고 그때그때 손을 뻗어 꺼내는 느낌이 좋다.

몸을 일으키지 않고 바로 확인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귀차니즘에 빠질 위험성이 줄어든다.



이런 게 별거냐고 누군가 따질 수 있겠지만 사소한 물건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실행력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쉽게 꺼내서 쓸 수 있는 연필통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색색의 색연필이나 펜을 집어놓고 원하는 것으로 빼서 쓰면 독서의 효과도 높아진다.







두 번째 나의 공간


안방의 빈 책상 위에 해금






안방 한쪽에 놓인 빈 책상에서 해금 연습을 한다.

예전에는 해금 가방에서 해금을 꺼내놓지 않았다.

요즘은 레슨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항상 책상 위에 꺼내 놓는다.



가방 지퍼 한번 여는 게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레슨 하는 날만 해금을 가지고 나가서 연습장소에서 꺼냈다.

집에 오면 그대로 해금이 든 가방을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다.

그러다가 일주일 후 연습날 들고나가기만 했다.



그랬던 내가 해금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요즘 가장 재밌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해금이라고 곧장 내뱉는다.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는 5년 이상이 된듯하다.

레슨을 받다가 말다 반복을 여러 번 했다.

그나마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하니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해금을 거의 만져보지 않았다.

연습을 안 하니 해금 연주를 하고 싶다거나 실력 향상에 대한 갈망도 없었다.

올해부터 다시 동아리 회원들과 단체 레슨을 받고 있다.

전통 연주 음악인 정악을 배우고 있다.

정악을 배우면 해금 기초실력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활을 자유롭게 쓸 줄 알아야 좋은 소리가 나온다.









활을 움직일 때 강약을 조절해서 소리를 내야 연주에 흥이 난다.

당연히 정확한 음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정확한 음을 연주할 줄 알고 음악에 색깔을 입히면 듣기 좋은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음악의 색깔이 뭐라고 정의 내리기 힘들다.

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소박한 글쓰기 실력으로는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아침에 눈뜨면 가장 하고 싶은 게 해금 연습이다.

왼손에서 줄을 당기고 오른손으로 활을 잡아당기는 것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다.

아직은 소원한 일이다.

과거에 비해 내 손의 움직임이 조금씩 편안해짐을 내 안에서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을 더 할애해서 연습에 열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취미로 시작한 해금이다.

교회에서 연주하는' 사명'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배우길 맘먹었다.

막상 시작했을 때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어려웠다.

안 줄과 바깥 주을 누르면서 소리가 나는데 조금만 더 누르고 덜 눌러도 내가 원하는 소리가 나질 않는다.

본인의 음감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

항상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중단하지 않으니 열정의 깊이가 달라진다.







중년에 운동은 필수!!!!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꼬박꼬박 들르는 곳이다.

동네 헬스장이다.

다양한 기구와 경쾌한 음악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 이곳저곳을 거닐 때면 평소보다 어깨를 쫙 펴고 걸음을 뗀다.

왠지 이곳에서는 꼿꼿한 내 모습에 신경 쓰게 된다.

아무래도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일까?









한번 가면 30~40분 정도 운동을 한다.

20분 정도 러닝머신 위에서 빠른 걸음을 한다.

그 정도면 적당히 내 몸 안에서 따뜻한 온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 난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회색 티셔츠의 색깔이 땀에 젖어 변할 정도로 운동을 하진 않는다.

운동에 욕심을 내서 몸무게를 빼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다.

지금 체력을 유지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싶은 것뿐이다.

늙더라도 반듯한 자세로 걷고 엉덩이가 적당히 올라가서 쳐져 보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너무 큰 욕심일까?

운동하러 나가기 전까지 귀찮아서 오늘은 쉴까 고민하는 순간이 있다.

그 고민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내 근육이 그 어딘가에 쌓이길 바란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의 뇌와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고 쓰다듬어주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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