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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Mar 29. 2021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내가 얻은 선물들


6개월간같이 해온 글쓰기 모임이 오늘 마지막 온라인 모임을 끝냈다. 오로지 글을 쓰자는 취지로 사람들이 모였다.많은 사람이 모여야 할 필요도 없고 진정한 한 목표를 나아가기 위해 모이는 것이 중요했다. 방장님을 우리는 반장님이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더 친숙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근황 토크를 나눌 때면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매주 참석은 하질 못했다. 서로 일주일에 한편의 글을 써서 서로 공유하고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마치 예전 문예반 수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순수하고 정감 어린 소통이 오고 갔다.



반장님께서 갑작스레 모임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셔서 난 어리둥절했다. 내가 열심히 참여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한 채팅방이다. 반장님부터 참여하신 회원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들은 울고 웃고 하는 시간들 속에서 힐링이 되었다.



이 모임을 그만두고 싶다는 이유에 대해 반장님께서 담담히 말씀하셨다. 긴 말씀을 여기에 담을 수는 없다. 결론은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신 부분이 역력했다. 무엇이 내 삶에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풀어내실 때 나는 고객을 주억거리며 이해의 몸짓을 보냈다.


나 또한 근래에 비슷한 생각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나는 무엇이 지금 가장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행복한 순간이 언제일지 깊이 생각했다. 이 모임에서 보낸 시간들도 본질적인 행복에 다다르게 해주었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인사말과 그동안의 소회를 나누었다. 내 순서를 기다리면 책상위를 바라보았다.

눈 앞에서 보이는 책한권,필사노트,노트북이 눈에 띄었다. 이 세가지가 내가 글쓰기 모임에서 얻은 선물이다.



1. 필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브런치도 도전해보았다. 내 생각을 담아내는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이란 참 이상하다. 글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만큼 한편을 쏟아내고 나면 꽉 막혔던 속이 뚫리며 트림을 쏟아낼 때의 시원함이 퍼져나갔다. 내 글이 감동을 주고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표현해 주는 수단이 되어서 좋았다. 글을 쓰다 보면 남들 글을 많이 훔쳐본다. 내 글의 부족한 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좋은 글이란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닮고 싶은 부러운 글이라 해두자. 점차 그런 부러운 글들이 많아진다. 저절로 내 글의 밑천이 바닥이 나는 걸 느낀다. 특히 표현력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럴 때 필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들어보긴 했지만 필사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었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에서 필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따라 해보았다. 노트 한 페이지 분량에 문장을 베껴 쓰고 다시 읽어보니 기가 막힌 표현들이었다. 생각, 상황, 모습 등을 표현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문장들이었다. 점차 필사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김승옥[무진기행]이라는 책을 반장님께서 소개를 여러 번 해주셨다. 중고서점에서 가서 한 권 사 왔다. 2주 전부터 필사를 해보았다. 필사를 목적으로 보니 문장 하나하나를 곱씻듯 읽었다. 안개가 잔뜩 낀 무진이라는 지역을 묘사하는 글귀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시 빈 노트에 옮겨 적으며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일어났다. 예전에는 이런 글의 맛을 알지 못했다. 그저 스토리에 빠져서 글을 일기만 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의 힘을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듯했다.


빨리 많이 읽어야 한다는 독서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글을 만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2. 읽어야할 책이 아닌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다양한 독서모임이 넘쳐난다. 각자 달리 목적을 갖고 독서모임을 한다. 나도 사람들과 같이 읽다 보니 여러 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독서에 애달았다. 하지만 점차 독서는 숙제로 다가왔다. 읽어야 할 책들은 쌓여만 갔다. 밑줄 긋고 메모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많이 하고 동기부여도 되었다. 반면에 책을 통한 행복감은 갖기 힘들었다. 나에게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며 자기 계발서를 계속 읽었다. 그렇지만 내 행동은 책에 나온 안내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에서 소개해 준 책들을 보면서 소설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봐야 할 책이 아니라 보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이런 책들을 즐기다 보면 내 문장도 점차 다듬어질 수 있을듯했다. 작가가 문장 하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그렇게 쏟아낸 문장이 독자로 하여금 '그렇지, 그렇지'라며 공감의 몸짓으로 답을 해준다.


독서의 스펙트럼을 넓혀서 내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싶다. 글과 독서의 관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함께 해온 글쓰기 모임이 끝나서 아쉽기만 하다. 모임을 주최하신 반장님의 취지가 무엇이었을까? 그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되었을까?


적어도 나는 필사와 책맛을 알게 된것만도 크나큰 행복이고 수확이다.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유명하신 작가분들도 고통속에서 한편씩 글을 쏟아낼듯하다. 쓸때는 분명히 힘든 일이다. 내 글을 누가 본다는게 부끄러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나칠듯한 생각을 하얀 지면위에 쏟아내고 정렬해놓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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