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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Apr 13. 2021

잔반 처리어떻게하냐고요

마트에 갔다 온 지 2주가 지나갔다. 냉장고가 점점 비어 간다.

 얼마 전까지 반찬통을 넣으려면 다른 반찬통을 이리저리 옮겨야 했다. 공간이 여유롭지 못하면 반찬통 배열도 질서 있게 놓여야 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쟁여놓는다. 한꺼번에 4-5가지 반찬을 동시에 만들어놓는다. 그동안 텅 비어있던 냉장고에 새로 만든 음식들을 쌓아놓으면 뿌듯하고 든든하다. 아이들이 집에 자주 있다 보니 늘 먹을게 빨리 소진된다.


남편은 나보다 먼저 먹을 것을 챙긴다. 매번 장 보러 가자고 나에게 말을 한다. 내가 차을 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갈 때는 꼭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먹을 게 없는 날이면 집 앞에 있는 채소가게나 즉석 돈가스 매장에 들러서 몇 가지 반찬을 사 온다. 주말이 되면 남편과 대형마트에 간다. 마트에서 받아온 펼치면 사각형 모양이 되는 대형 장바구니를 3-4개 챙겨간다. 2-3주 만에 마트를 가지만 그동안 못 간 만큼 많이 사 올 기세로 마트로 간다.

마트에 도착하면 남편과 나는 서로 상의를 해가면서 장보기를 한다. 남편은 장보는 품목에 대해 관망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을 알아서 잘 챙겨준다. 특히 고기를 구입할 때는 남편이 직접 고른다. 난 아직도 고기 색깔이 어떻게 생겨야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부위별로 어떤 요리를 할 때 쓰이는지 기억하기 힘들다.

장바구니 가득 채워서 집에 돌아와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장 볼 때는 꼭 필요하니깐 구입을 한다. 그렇지만 집에 와서 막상 요리를 하기가 귀찮다.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몇 가지 반찬은 인터넷 검색을 해가면서 만든다. 집에 쌓여있는 요리 재료들이 부담스럽다. 가족들끼리 건강하게 먹으려고 구입했지만 재료가 맛있는 음식으로 변신하려면 요리사의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야한다. 요리 재료들이 그저 일감으로만 느껴질 때가 있다.


한꺼번에 여러 개 반찬을 만들고 놓으면 하루 이틀 정도는 뭐 먹을 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가 점차 맛있던 반찬이 질리는 시기가 다가온다. 버리기도 아깝고 먹기도 싫은 순간이 오는 음식들이 냉장고 칸칸마다 채워진다. 공간을 차지하니깐 냉장고 속은 시끄럽기만 하다. 아직 먹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반찬통을 스치듯 바라본다. 난 그냥 무시해버린다. 비록 내가 직접 만든 음식들이지만 조금씩 남아있는 것은 꼴도 보기 싫다.


그런 잔반을 보면서 남편은 말한다.

"이거 처리해야지!! 언제까지 놔둘 거야? "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나도 먹기 싫은 남은 음식들 먹기 싫다고!!!!'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냉장고에 남은 반찬 좀 빨리 어떻게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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