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는 늘 새벽의 상류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류의
저녁 무렵이 궁금하다.
김훈 -자전거 여행-
이제 난 인생 후반전이다.
며칠 전 50살이 되는 생일을 맞이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50살을 엄청스레 기다렸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대단한 선물을 주고 제2의 미래를 펼치길 기대했다.
그런데 그저 그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작년에서 새해를 맞이한 게 아니라 그 다음날이 된듯한 느낌을 2021년이 찾아왔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인생의 상류를 꿈꾸며 지낸다.
나 또한 상류로 거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현실을 부정해서 뭐 하겠는가
이제는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역으로 가고 싶어도 억지로 되질 않는 거다.
물살을 역으로 가르고 가려면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가야 하겠는가.
하지만 하류로 가려면 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자연스레 드러누워 멍하니 하늘만 바라봐도 난 힘들이지 않고 흘러내려간다.
하류의 삶이 싫지만은 않다.
인정하고 사랑해 주면 되는 거다.
내 나이 내 몸뚱어리 내 얼굴 내 기억력
그 무엇 하나 성장하고 나아지기는 무리다.
그래도 조금 안간힘은 쓰고 있다.
책을 보며 두뇌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한다.
일주일에 4-5번 헬스장을 다니며 근육을 유지해보려 애쓴다.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다닌다.
처진 피부에 듬뿍 수분크림을 발라주고 잠이 든다.
쇠퇴라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
그러나 마음의 쇠퇴는 없는듯하다.
젊다고 마음 한구석 그늘이 없겠는가?
마음은 내가 상류든 하류든 상관없이 조절할 수 있다.
내 맘대로 노를 저어서 어디든 갈수 있는 거다.
오늘 하루 선물로 주심에 감사하고 내 맘을 내가 조정하며 어디든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