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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Apr 21. 2021

간절히 잘하고 싶은 게 생겼다


취미로 해금을 한 지 8년째가 돼간다


교회 예배 시간에 우연히 들었던 해금 소리를 들었다.


전문 연주가가 '사명'이라는 찬송가를 해금으로 연주했다.


그 소리를 듣고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생겼다.


다행히 동네 국악원이 있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해금은 처음에 좋은 소리가 나오기 힘든 악기다.


연주하는 내가 들어도 고음으로 끽끽 거리는 소리는 듣기에 불편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웠다.



점차 한두 개 배우는 스킬이 쌓여갔다.


그런데 나는 레슨 시간만 겨우 채우고 연습을 하질 않았다.


초급 딱지를 떼고 좀 어려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었다.



바로 산조를 배운 거다.


해금 산조는 악보에서 한마디를 배우기에도 버거웠다.


음 하나하나 내기에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집에서 따로 연습조차 하질 않았다.


당연히 레슨 시간에 진도를 나가기 힘들었다.


기존 과정을 복습하듯 수업 시간을 채웠다.


점차 해금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레슨을 멈추고 해금 동아리 활동만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요 근래 다시 정악 과정을 배우고 있다.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전통음악이다.


5-6년 전에 이미 배운 곡들이다.


다시 배우기 시작하니 예전에 배웠던 내용들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연주하지만 소리가 달라졌다.


좀 더 명확하게 음을 연주했다.


활을 잡는 방법도 배웠지만 쉽지 않았었다.


지금도 활잡기가 어렵지만 점차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왼쪽 오른쪽 활을 움직일 때 오른손 안에서 활이 편안하게 쥐어져야 한다.


리듬 미칼 하게 활과 손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


분명히 손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 과거와 다르다.


활을 편안하게 잡아야 음에 변화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해금을 가방에서 꺼내서 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집에서 시간 날 때 수시로 해금을 켠다.


하루에 꼭 30분 이상 연습해야지 하는 맘을 따로 먹지 않아도 연습이 가능하다.


늘 보이는 장소에 악기를 꺼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8년 전에 초보자용 해금을 40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좀 더 좋은 해금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포기했다.


왠지 기존 실력으로 악기를 바꾸어도 소용이 없을 듯했다.


그런데 요즘은 새 악기로 바꾸고 싶다.


고가의 악기로 연습하면 더 좋은 소리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연습하는 곡은 수연장/송구여/천년만세/타령 위주로 진행한다.


그중에서 천년만세 구성곡인 '양청도드리'라는 곡이 좋다.


연주를 할 때 어깨가 들썩이며 신난다.


악기를 계속 연주하다 보면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연주할수록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이 연주한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비교해본다.


내가 연주하는 소리와 그분들의 소리가 뭔가 다른데 어떻게 개선할지 몰라서 막막하다.


흉내라도 내 볼 요량으로 반복연습해보지만 한계를 느낀다.


아마추어인 내가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


그럴 때 해결책은 단 하나이다. 연습, 연습, 연습!!!!!











왼 손바닥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보았다.


손가락 마디 살갗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생겼다.


해금 줄을 잡아당기다 보면 당연히 생기는 거다.


굳은살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하다.


전공자들은 손가락은 어떨지 궁금하다.


강수진 발레리나와 박지성 축구 선수의 발 사진이 한때 인터넷에서 유명했다.
















그들 노력의 흔적들이었다.


나는 아직 멀고 먼 초보자 수준이지만 닮고 싶고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요즘 나빌레라라는 드라마가 있다.


70살이 넘은 할아버지가 발레를 배운다.






       


     



잘하고 싶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





드라마에서 할아버지의 독백처럼 흘러나오는 대사이다.


단순한 두 줄의 대사가 내 마음을 파고든다.


나도 정말 해금 연주를 잘하고 싶다.


연주를 통해서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냥 잘하고 싶다.
간절히 잘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뭔가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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