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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Aug 10. 2021

내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서 지인들과 차를 한잔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남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오늘 만난 언니들과 나는 근래에 새로운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활용하려고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배우고 있다. 이제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배워서 모두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노후에 좀 더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부모님들 삶을 보면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몸은 점점 약해지고 사회적 연대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그나마 자주 찾아오거나 다행이지만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무료하기 마련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그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많지 않게 된다. 그저 하루가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다.








© almas_, 출처 Unsplash






나도 어머니의 노년의 삶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많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오랜 기간을 보내셨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실 때는 주로 교회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하지만 점차 몸이 약해지시면서 외출이 힘들어지셨다. 그러면서 집안에서만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셨다. 기상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당신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신다. 아침밥도 제때 굳이 드실 필요도 없다. 때가 되어 식사를 하시는 것이 아닌 배가 고프면 그때가 식사시간이다. TV를 보시다가 소파에서 잠드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별다를 것 없는 노년의 모습이다.













나의 노년이 남들과 별다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작은 바람이 있다.



1. 좀 더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2. 악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해서 10년 후에는 기량이 좀 더 나아지면 좋겠다. 같이 연주회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길 바란다.



3.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싶다.



4. 고독과 외로움을 슬퍼하기보다는 가끔은 즐길 줄 알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연습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노년은 결국 외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으면 견딜만할 것이다.



5. 지금도 밥맛이 좋지만 되도록이면 먹고 싶은 욕망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식사시간이 한 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기대하면서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더욱 즐길 수 있을 거다.



6. 적당한 수준의 생활비가 얼마일지 모르지만 나이 들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맘껏 베풀며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면 좋겠다. 돈을 쥐고 있기보다는 베풀면서 서로 웃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7. 자녀들이 자주 날 보러 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굳이 자녀를 기다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 부분은 자신이 없다. 지금도 아이들이 아침에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면 하루 종일 아이들 생각을 하면서 보낸다. 그저 아이들이 내 걱정을 하느라 마음 한편이 무겁지 않으면 좋겠다.



8. 무슨 공부이든 계속하고 있길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영어 원서 읽기, 해금과 바이올린 배우기, 독서, 글쓰기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 아이들과 내가 했던 생각들을 공유하길 바란다. 또한 지금 내가 했던 생각들을 향후 10년, 20년이 지나면 내 입장이 어떨지 비교해보고 싶다.



9. 나이 들수록 사유하기를 즐기면 좋겠다. 생각의 깊이가 변하지 않고 기존에 비천하게 담았던 생각을 내뱉기보다는 점차 성숙한 생각을 쏟아내면서 지내고 싶다.



10.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 내 삶을 조금씩 윤택하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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