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경은 Aug 11. 2021

고3 아이가 수학 개념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3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요즘은 매일매일 아이 눈치를 보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수능 100일이 남은 시점이네요. 100이라는 숫자는 그저 긴장감만 가중시킵니다. 100일은 경우에 따라서 긴 기간이기도 하지만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가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아이 표정이 왠지 어두워 보입니다. 동생이 뭐라 하는 소리에 짜증을 더 냅니다.


"가뜩이나 짜증 나 죽겠는데 조용히 좀 해!!!"

라고 하네요. 고3 큰애는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제 마음에 바로 꽂힙니다. 수학학원을 다녀왔는데 또 문제가 있는지 걱정이 되었죠. 소파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다가가서 살포시 말을 걸어봅니다.

"무슨 일 있었어?"

바로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하는 방법이 맞는 건지 자신이 없어."

"엄마는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기본을 세워보겠다고 인강을 찾는다고 할 때 멘털이 강하다고 여겼어."

"내가 그동안 선택했던 방법들은 옳은 적이 없었어!.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힘들어. 나도 열심히 했는데 난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론을 적용하기가 어려워. 근데 다른 애들은 잘도 하더라"


이는 수학 성적이 잘 나오질 않아서 걱정이 많아요. 숙제도 열심히 해가고 매일 4시간씩 꼬박 시간을 투자합니다. 물론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아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는 도저히 수학 성적을 올릴 방법이 없을 거라 여겼어요. 개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쩌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지요. 선생님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해서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묵묵히 했을 뿐이지요. 그렇지만 아이들마다 각각 이해력과 실행력, 방법론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네요과감히 아이는 개념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본인이 부족한 부부는 정확히 파악했지만 막상 개념 부분도 병행하면서 공부하려니 더 힘든가 봅니다. 당연한 거겠죠. 기존 공부로도 시간이 늘 부족한데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또한 본인이 선택한 방법론이 정말 맞는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 거죠. 아이는 고3 기간 동안 계속해서 공부법을 검색해서 실행을 해보았어요. 대부분 실패감을 맛보거나 오랫동안 실천을 해보질 못했죠. 그러니 이번에 선택한 수학 공부법도 확신은 서질 않아요. 그렇다고 기존 패턴대로 계속하다 보면 성적 향상이 어려울 듯 한가 봐요. 본인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자신감이 떨어지겠죠.


아이 모습을 보면 전 늘 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저도 영어공부를 하거나 다른 뭔가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방법을 하질 못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봅니다. 끈기를 갖고 오랜 기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봐요. 여러 가지를 하면서 그 무엇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죠.


그럼에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내 모습에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지요


시행착오를 통해서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거야. 지금 하는 방법이 나중에 보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 결과는 누구도 알려주질 못해. 다만 내가 해봐야 어떤 결과든 나오게 마련이지. 지금 시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변화를 경험할 때 두려움이 커. 좋은 결과를 향해서 가고 싶은 맘은 모두 같아 하지만 뭐든 해봐야 길이 보일 거야. 지금 네가 하는 시행착오가 너에게 최선의 모습이야. 계속해서 뭐든 해보려고 하는 네 모습이 존경스럽니다. 기존 방식이 뭔가 찝찝한데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는 것은 어리석은 거야.


작가의 이전글 내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