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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Aug 13. 2021

고3 아이는 열등한 자아와 늘 조우하며 지내요

[필사 노트-라틴어 수업]


힘들게 공부하는 과정 중에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어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보기도 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지독한 나, 열등한 나와 조우하게 되고요.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저자 한동일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17.06.30.
















대표


© elisa_ventur, 출처 Unsplash






책에 나온 이 구절을 고3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늘 열심히 공부하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질 않아서 고민이 많다. 고3 기간 동안 맘 편히 즐겨보지도 못하고 늘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대개 많은 고3 아이들이 처지가 비슷할 거다. 어떤 때는 온전히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 있겠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학교 담임선생님은 내 아이가 반에서 가장 열심히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이다. 그러나 성적은 중간을 웃도는 정도이다. 일반고에 그 정도 성적이면 당연 서울에 있는 대학은 힘들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보다 훨씬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이 잘 나온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옆에서 보는 나도 너무 안타깝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열등감은 쌓이기만 한다. 가뜩이나 공부하느라 몸도 힘든데 마음까지 힘든 시간의 연속이다.



내가 좀 부족해도 훌훌 털어버리고 나름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힘들어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자니 더욱 안쓰럽니다. 열심히 해온 아이를 알기 때문에 뭐라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드시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난 너 믿어!라는 말을 해주지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다행히 아이는 힘들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다시 책상에 돌아가 하던 공부를 계속한다. 본인도 자기도 회복 능력이 좋다고 늘 말한다.



관리형 독서실에 다니고 있는데 조교 샘이 매일 다이어리에 격려의 문구를 적어주신다. 이 첵에 있는 문장을 보여주니 딸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 매일 조교선생님께서 다이어리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반드시 결과로 돌아온다고 적어주셨어. 빈말처럼 들리기는 해도 위로가 되더라!










유명한 격언들이 가슴에 늘 와닿지는 않는다. 그냥 말뿐이지라며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잘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그저 그런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이 공허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삶에서 겪은 경험이 있으면 아이에게 도움 될까 해서 가끔 얘기해 준다. 그래도 잔소리로 들릴까 봐 늘 조심스럽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나와 소통한다고 한다. 계속해서 이 길이 맞을까? 이 정도밖에 안되니? 잘하고 있네! 하는 혼잣말과 사색을 내 자아와 나눈다. 주로 나를 격려하기보다 생채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할 일을 한다. 나 때는 그다지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 가고 취업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애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기간이 너무나 길다. 계속해서 비교당하고 힘들어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공부하는 노동자'로 사는 아이들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에게 대해 꼭 보상을 받길 바란다. 향후에도 그들은 성실한 노동자로 꾸역꾸역 살아가지만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거다. 대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노동이 얼마나 팍팍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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