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플로리스트 이야기 #2
지난주 있었던 웨딩 중 하나의 센터피스예요. 제가 디자인하고 만들었던.
garden theme에... succulent 가 기본, 작은 와일드 플라워들에
코랄/피치 컬러의 로즈든스프레이로즈든...
그렇게 넣으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센터피스였는데...
생각하던 그대로 꽃이 나와줘서 기뻤어요.
원래는 그녀의 디너 테이블 센터피스였던,
그리고 그 26개의 테이블에 모두 셋업됐으면 참 예뻤을,
매우 humble 하지만.. 그만큼 더 예쁘고 아름다웠을 그 웨딩에,
그리고 거기에 그마나 조금이라도 더 어울리는 꽃을 만들 수 있었음에,
좀 많이 숙연해지고 감사했었던 그랬던 마음이라, 더 애착이 가는 piece 가 된 것 같아요.
꽃집에서 스탭들이 각자 담당 신부가 있는데요.. 비비안이란 신부가 있었는데, 제 신부 중에 한 명이죠.
회사는 써리고, 집은 리치몬드인, 전형적인 중국 본토 이민 1.5세. 그냥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고,
평범한 여기 중국 교포 스타일. 그런데 좀 개인적으로 친해졌어요. 컨설테이션 하고.. 통화하고.. 그러면서.
버젯이 under 1000불이니까 진짜 작은 웨딩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웨딩 좋아하는데)
문제는 초대하는 사람이 아주 적은 그런 "작고 예쁜" 결혼식이 아닌,
초대해야할 사람은 엄청 많은데 버젯이 적은.. 그런 웨딩.
Theme 은 가든이었고, ceremony는 교회, reception은 VanDusen Garden.
브라이덜 파티는 부토니에만 보통 제가 하고 부케랑 코사지랑 그 외에 것들은 모두 May가 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작고 얘쁜" 웨딩이면 1000불에 다 예쁘게 가능하겠지만, 이건 손님이 많아서 테이블이 두세개가 아닌 이십몇개가 나오니까 센터피스가 문젠거죠.. (사치스러운 뒈딩들에 들어가는 아치니 폭포니 플라워월이니 세러모니 어레인지먼트니 그 모든 것들은 당연한거고) 알터 어렌지먼트 생략... 그리고 센터피스... 아무리 작게 해도 개당 $50불이 나오는 센터피스를 $40불에 맞춰 제안서가 나갔고, 처음에 비비안이 제게 보여준 핀터레스트 사진이 아래의 두 장이었어요. 저 두 개의 컨셉을 하나로 합쳐 달라는. 근데 더 가드니 하게.
그렇게 제안서가 나가고 그렇게 센터피스 26개를 만드는 줄 알고 있다가 컨트랙 기간 동안에 신부가 (다른 곳에도 돈이 많이 드는지) 꽃에서 버젯을 확- 줄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 센터피스로 하려고 했던건 레지스트레이션테이블 플라워로 해달라고 하고,센터피스들은 25불에 맞춰졌죠. (거의 Pew Marker 와 같다고 보면 되겠죠...? 퓨마커 기본 가격이 25불이니까요.)
그리고.. 좀 더 얘기를 하면서.. 그녀의 피앙세도 만나고.. 그러면서, 그녀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조금 더 많이 애착이 가기 시작했어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왜... 그런 잔잔한 마음들이 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셋업 스탭한테 전해듣기로는 리셉션때 이 꽃이 너무 잘 어울리고 되게 예뻤다고 그러는데,
몇 주 뒤에 웨딩포토그래퍼가 보내줄 사진에는 더 예쁘게 담겨있겠죠.
여기가 VanDusen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거든요.
꽃을 만지며 늘, 이 시를 생각합니다.
꽃같은 그대, 나무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아직도.. 회사일을 막 마치고 급하게 건너와준, 우리 꽃집 앞에 파킹스팟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장면이 기억납니다. 아직은 Miss Leung 일때의 그녀요.
똑똑하고 야무진 그녀니까.. 잘 살겠죠...? ^^
기도의 마음이 담뿍 들어간 센터피스였거든요...^^;; 이상 막간 꽃 얘기 끝...
Ps. 사실 회사 다니며 꽃집 가는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요새 꽃집 일하기 시작하고 1차 위기가 온 것 같지만...정말 정말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꽃일은 적어도 3년, 아니면 적어도 적어도 1년 이상은 하고 싶네요. (뭐 벌써 반년이 넘었고, 올해 안에 그만둘 일은 없으니 1년 이상은 당연 하겠지만... 원래 평생 하려고 했음 -_- 욕심쟁이 우후훗!) 지영이가 어제 내내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예령아.. 머지 않아 둘 중 하나를 그만 둬야해.. 그러다 다 잃는다...-_-" "버틸꺼야 흑흑 ㅜ.ㅜ"
꽃을 too much 사랑해서 슬픈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힘과 용기를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