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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예령 Jan 18. 2018

부드럽고 온전한 벽에 대한 감사

캐나다 미장공의 뒷모습 

새해 시작이 얼마 안되었을 때예요. 연말과 새해가 껴서 퍼밋은 깜깜 무소식이었던 현장.

퍼밋이 나올 기미가 안보이니 베이스빌딩 작업에도 여유가 생겼던지 시공사에서는 그 큰 현장에 

플라스터 한 사람을 덩그러니 며칠을 내보내더군요. 위에 메자닌 실측을 위해서 잠깐 들렸던 그 추웠던 

오전에 그는 혼자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놓고 일하고 있었어요. 


한국어로 '미장' 이라고 부르는 plastering 은 실내 디자인에서 마감재가 바로 올라가는 전단계의 일이기 때문에 참 중요한데도, 동시에 온 몸에 회반죽을 뭍이고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대우도 적고, 한국에서는 '미장공' 이라는 정식 명칭 보다는 '미장이' 라는 단어로 많이 천시하는 것 같아요. 


그럼 캐나다는 어떨까요?


캐나다에서는 물론 엄연한 전문직이죠.  거기에 기본적으로 '인권' 혹은 '노동력' 에 대한 가치와 존중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벌이도 한국 보다 좋죠.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역시- 시공 파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진입이 쉬운 파트이고, 가장 뜨내기들이 많이 고용되는 파트예요.


미장 공사는 잘못되면 마감 자체가 올라가지 못하거나 마감이 잘못 나오게 되는 중요한 공사이고, 경험이 오래되면 오래 될수록 빠르고 깔끔한 벽, 바닥, 천장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일인데- 디자이너인 저조차도 미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현장에 갈 일이 별로 없어서, 그리고 미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가더라도 다른 일을 보고 다른 것들을 체크하느라 한 번도 주의깊게 그들이 하는 작업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이날은 좀 오랫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었습니다. 더- 더- 평편하게, 더-더- 부드럽게, 끈기와 섬세함이,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하는 작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죠. 


아주 연한 벤자민 무어 페인트 마감에 그 위로 아주 좋은 조명이 떨어지는, 그런 디자인을 해 놓았다면- 

이토록 부드럽고 온전한 벽에-  미장공을 향한 찰나의 감사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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