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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 하며.......

내 삶을 채우는 것들

by 느리게걷는여자

2016. 12. 31. 새해를 앞두고

또 한 해가 지나가는 게 아쉽고, 나이를 먹는 게 슬퍼지는 까닭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한 번 뿐인 생生의 소중한 일 년을 나는 보람 있게 보냈는가, 허비 했는가, 되짚어 보게 된다.

사실, 나는 치열하게 보내지 못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김이 조금 빠진 상태라고 해야 할까? 글을 써나갈 수록 나의 '재능 없음'을 자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다. 전업주부라는 본업을 제외한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는 것도 거의 습관에 가깝기 때문에, '열의', '열정'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떳떳하지가 않다. 많은 철학서와 고전을 독파하려 했던 계획도 실패했다. 개론으로 읽었을 때와는 달리, 생각보다 내용도 어렵고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텍스트가 도무지 해독이 안 되어 중간에 덮은 책도 여러 권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고 싶다는 건 도둑놈 심보요, 어리석은 욕심이자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오만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중용에 나오는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라는 뜻의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말을 되새김 하며,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추스리곤 했다.

돈 때문에, 사람 때문에 마음시린 날도 있었고, 가끔 뜻 모를 헛헛함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소소하지만 감사히 보낸 거 같다.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히 살아계시고, 아이도 별 탈 없이 사랑스럽게 잘 커주고 있고, 남편과 나도 아직 젊고, 지금이 내 삶의 호시절好時節이 아닐까 싶다.

삶의 형식은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슬픔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보람과 즐거움으로 채워 넣고 싶다. 치열함은 없지만 권태에 빠지지 아니하고, 사람은 두렵지만 신뢰를 버리지 아니하고, 일상은 소소하지만 그 작은 시간의 조각들을 소중히 여기며, 천천히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2017년의 세밑에도 호시절로 기억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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