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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에 대한 단상, 소비사회

소비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by 느리게걷는여자

2017. 01. 14 한파주의보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놀이터에 나와 아이들을 관찰하는 게 자연히 일상이 되어갔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 문화 중 세대 차이와 문화적 충격을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바로 '딱지 치기'놀이였다. 나 어린 시절만 해도 딱지는 주로 신문지나 폐지를 접어 만든 것인데 비해 놀이터에서 관찰된 딱지는 만화 캐릭터 모양의 '고무 플라스틱'이었다. 게다가 딱지 하나에 보통 500원, 왕 딱지처럼 좀 더 값이 나가는 것은 1000원 이상이라고 했다. 딱지치기는 놀이 라기 보다는 그 작고 야무진 손으로 어른들을 흉내 내는 작은 도박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손에 닿는 것은 뭐든 황금으로 변하게 만든다는 미다스Midas 왕의 자본주의적 신화가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도 뻗쳐 있음을 즉물적으로 확인하게 된 체험이었다.

딱지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인간'의 명제를 패러프레이즈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까how to live' 보다는 '무엇을 살까what to buy'를 훨씬 더 고민하는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us)'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어른들이 만든 '소비사회'는 아이들의 세계에도 예외가 없다. 누군가 말한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기도 전에 소비자로서의 정체성부터 배우게 된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비사회'에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아이가 4살 때 현대차를 모델로 한 변신로봇-애니메이션 '헬로카봇'을 보고는, 아파트 주차장의 그랜저와 산타페를 알아보던 게 신통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게 생각난다. 그만큼 아이들의 문화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있다는 또 하나의 단편적인 예이기도 하다.

아이에게서 소비욕망을 부축 이는 TV와 스마트 폰을 차단하는 방법은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 본질적인 방법은 '소비하는 인간'이 아닌 '생각하는 인간'으로 자라나도록 우리아이를 키워야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의 첫 걸음은 '무엇을 사줄까' 보다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를 더 깊게 고민하고 숙고하는 '생각하는 부모'로 부터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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