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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의심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by 느리게걷는여자

호기심과 의심은 한 끗 차이다. 호기심은 열린 마음으로 궁금해하는 마음이고, 의심은 색안경을 끼고 궁금해하는 마음이다. 호기심을 지녔을 땐 무언가를 배울 수 있지만, 의심을 지녔을 땐 미리 정해 놓은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가 중요해진다.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갖았다면 관심에 가깝고, 누군가를 나쁘게 지레짐작했다면 의심에 가깝다.

얼마 전 남편이 나의 의도를 의심해서 무척 섭섭하고 답답했던 적이 있었다.

“나 그렇게 이기적인 인간 아니야! 내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잖아. 나를 좀 믿어 주면 안 돼!”하고 호소했다. 나는 남편을 돕고 싶었던 것인데, 남편은 나의 행동을 간섭과 재촉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누군가의 진의를 오랫동안 의심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을 종합해보면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나는 계속해서 귀를 틀어막고 내가 나쁘게 지레짐작한 결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의 ‘진심’과 내가 해석한 ‘의심’의 격차만큼 사이가 멀어졌다.

문득 남편에게 호소하던 나의 모습과 그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가까운 사람이 나의 의도를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와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굳게 잠겨있었던 마음의 빗장이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의 언행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마음을 열고 그의 말을 들어봤어야 했다. 그동안 내가 나쁘게 내려놓은 답만을 굳게 믿으며 스스로를 '생각의 감옥'에 가두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격해진 감정으로 진심을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만간 호기심을 갖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의심

#호기심

#지레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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