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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걷는여자 Jan 31. 2022

<시할머니>

(2022.01.31.)

흰둥이 밥 주러 가야 한다고 해서

시할머니 모시고 시골집에 다녀왔다

설이면 손주며느리 선물로 양말을 준비하

증손주를 볼 때면 꼭 쌈짓돈을 챙겨주신다

울 어머님은 시집살이로 그리도 고생을 하셨다던데

세월의 바람은 사람의 모난 마음도

순해지도록 다듬는 모양이다

흰둥이는 시할머니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며 킁킁대다가 하필

새로 꺼내 입은 꽃무늬 바지에다가 오줌을 갈긴다

에이 바라놈~빗자루로 쫓아내면서도

흰둥이 물 주고 밥 주는 건 잊지 않으신다

신랑과 나는 옆에서 깔깔대고 웃는다

올해 여든여덟 할머니 등 뒤의 햇살이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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