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그러니까 8년 내내 깊이 숨겨둔 장농 면허를 꺼냈다. 운전학원을 통해 3일간 연수를 받고 주말에는 신랑에게 운전을 배웠다. 매서운 호랑이 선생님처럼 신랑은 작은 실수에도 불호령을 했다. 기를 팍팍 죽이는 저런 선생님에게 정말 배우기 싫었다. 그래도 아쉬운 놈이 엎드려야 하니 수모(?)를 감내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화 한번 내지 않고 연수를 시켜준,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았던 학원 선생님이 그립고 서러워질 때쯤, 문득 "이 세상에서 신랑만큼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만에 하나의 위험에도 나를 걱정하느라 작은 실수에도 저렇게 화를 내고 있구나하는 점을 깨닫고 나니, 신랑이 무척 고마워졌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시던 학원선생님과는 달리 신랑은 어느 것 하나 대강 넘어가는 법 없이 세세하게 절차와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다. 신랑의 열변은 단순히 성내는 말이 아니라, 나의 안위를 진심으로 살피고 걱정해주는 열정의 언어인 것이었다. 당분간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신랑의 뜨거운 가슴을 신혼 때처럼 만끽해야 겠다. ㅎㅎ
운전을 다시 시작하면서 또 하나 자각하게 된 점은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토록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운전대를 다시 잡기 전까지는 '난 못해'의 마음에 사로잡혀서 두려움을 키우고 있었는데 막상 실전으로 경험해보니, 운전 연습을 할 수록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 보다는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찬찬히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나에게는 부족했다.
틀을 깨는 것, 그것이 도전이고 공부이다. 생각을 키우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체득하는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야금야금 '난 못해'의 틀을 깨보며 나의 세계를 넓혀 가야겠다.
(202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