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나는 당신의 땀으로 키워낸 자식입니다

by 느리게걷는여자

2016. 8. 8. 숨막히게 더움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기고 노년기로 접어드신 아버지를 뵙고 올 때마다 느껴지는 내 마음이, 이 시의 화자와 꼭 닮은 것만 같다. 젊은 시절 사자처럼 엄하고 무섭던 아버지의 곧고 강한 기세는 어느덧 늘어간 주름살만큼이나 유하고 쇠잔하게 변해계셨다.

자영업의 잇따른 실패와 휘어지지 않는 성격 탓으로 아버지는 회사생활을 접고 일찌감치 '노가다' 생활을 하셨다. 새벽에 나가 막노동일을 하고 해 진 후 집으로 돌아오시던 아버지의 발걸음은 피로에 지친 어깨와는 달리 항상 당당하셨다. 나는 그 정직한 땀방울로 먹고, 공부하고, 자라났다. 유년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한여름 땡볕에 나가 일하고 돌아오셨을 때 땀 냄새 풀풀 나고 염분기 서걱서걱하던 작업복과 낡은 작업화, 그리고 목선을 기준으로 검붉게 그을려진 아버지의 얼굴이 제일 먼저 그려진다. 그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아버지의 노가다 경력은 현재 진행 중이시다.

최근 불볕더위로 밖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무척 걱정이 되었다. 안부전화 드렸을 땐 그늘에서 일하고 관리감독만 하니 걱정 말라 시던 말씀과는 달리, 직접 찾아뵙고 보니 목과 등에 여기저기 땀띠가 나있었고 지난번 뵈었을 때보다 검붉던 얼굴도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으셨다.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노가다일은 그만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려봤자 아직은 괜찮다는 말뿐이셨다. 앞으로도 매년 이렇게 더울 텐데 적응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덧붙이면서.......

잠깐 서있기만 해도 살이 타들어갈 것만 같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일해야만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이, 금수저 물고 태어나 불로소득으로 떵떵거리는 사람들에 의해 폄하되고 있는 현실에 문득 화가 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현재에 전혀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하고 있는 나의 현실도 그저 갑갑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안부전화 자주 드리고 시간 내어 자주 찾아뵙는 일이다.
언젠간 아버지께 용돈 두둑히 드리며 노년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버지, 남들이 뭐라 하던, 당신의 남루한 작업복에서 저는 어떤 숭고함과 긍지를 느껴왔던 거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길가의 인부들을 지나칠 때면 존경심을 느끼고요. 저는 당신의 땀으로 키워낸 자식임을 잘 압니다. 당신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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