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과 불행은 동의어......?
2016. 6. 28 몹시 더움
오늘은 남편이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있는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남편은 더위와 피로에 지친 벌건 눈을 하고 와서는 모처럼 만의 외식을 위해 나와 아이를 데리고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과 짬뽕을 기다리던 중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다. 10년은 너끈히 타야 하는 우리 집 '애마'가, 그동안 몇 번 점검을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만 받아올 뿐 막상 운전을 해보면 자꾸만 체크등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체크등 문제로 몇 달 전에도,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카센터에 점검을 맡기긴 했었다. 운전 중에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리면 어쩌냐고 겁을 주며, 남편은 은근 슬쩍 자동차를 바꿔야하지 않냐고 운을 뗐다. 아무리 머리속에서 주판알을 굴려보아도 이미 아파트 대출금으로 빚잔치인데 여기서 또 빚을 진다는 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짜장면을 먹으며 투박하게 답했다.
"원래 돈이 없으면 불편하게 살아야 되는 거야."
벌건 눈으로 벌건 짬뽕국물을 들이키고 있는 남편을 보니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돈이 없음'을 강조해 남편의 피로한 어깨를 더욱 축 처지게 한 거 같아 미안했다. 마음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말은 '돈이 없어도 불행한 건 아니야,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니까 우리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 보자'였는데 어쩜 이리도 우악스러운 말이 튀어나온 건지.
우리말 속담에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진실을 담고 있어도 어떤 언어적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함을 짜장면과 짬뽕 그릇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 저녁이었다. 나의 '불편한 말'은 과연 신랑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 불행하게 했을까? 불편이 불행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불편과 불행은 동의어가 아님을, 돈이 편리함을 줄 순 있어도 행복을 줄 순 없다고 믿고 싶은 건, 생계와는 약간 동떨어져있는 전업주부 6년차의 이상주의적 시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