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관계-성장'의 트라이 앵글
2017. 05. 10 문재인 대통령 첫 취임 날
공포의 연휴, 아이가 오랫동안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그만큼 나의 자투리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가 잠들기 전 까진,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자유란 없기에 '공포의 연휴'라고 명명한다. 연휴기간 동안 '가정의 달' 취지에 맞게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아성취와는 조금 멀어진 시간을 보냈지만, 내가 발 딛고 서있는 토대이자 원동력이 되어주는 가족과의 시간이기에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나는 동기이론을 접할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인간(사실은 '나' 겠지...ㅡ.ㅡ)을 잘 파악했는지 경의로움을 느끼곤 한다. 심리학자 앨더퍼는 인간의 욕구를 존재욕구(Existence), 관계욕구(Relatedness), 성장욕구(Growth)의 세 범주로 나누었는데 '존재욕구'는 생존과 안전에 관련된 욕구를, 그리고 '관계욕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소속감과 인정,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은 욕구를, '성장욕구'는 개인 자신이 창조적, 인격적 인간이 되고 자기완성을 이루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말한다고 한다.
행위의 동기가 되는 '존재-관계-성장'의 욕구는 누구나 지니고 있겠지만, 특히 성장욕구는 인간만의 독특한 특성이라 생각한다. 강아지가 자아실현을 위해 짖는 연습을 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전업주부로 살다보면, 나의 '성장'을 도외시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지게 된다. 남편, 아이, 시부모님과의 관계에 치여 살다 보면 나의 자아실현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되거나, 남편과 아이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 착각하며 그 관계 속에만 안주하고 싶어지는 습속이 생기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업주부로서 인간다움의 품격을 유지하고 살기란 지난한 일이라 생각한다. 자아실현을 인간의 조건 중 하나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가끔은 나도 가족의 품에 안주하며 애완견처럼 살고 싶다는 유혹이 들기도 한다. 공포의 연휴를 보내고, '존재-관계-성장'의 트라이 앵글에 다시금 균형을 잡기 위해, (자아실현의)감 떨어진 나를 독려하며 일기라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