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가 수치화되는 시대

당신의 구독자는 몇 명이에요?

by 줄리의 라디오

당신은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라고 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vitor-machado-DcG7o9ptuAE-unsplash.jpg




내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어필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만약 면접을 보는 상황에서 면접관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 물어볼 때, 이렇게 답을 해봅니다.


“저는 제 능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관련 경험을 넓히기 위해 대외활동도 꾸준히 해 사회성을 길렀고요. 제가 맡은 일을 더욱 잘 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능동적인 사람입니다.”


결과가 아닌 동기와 과정을 중점으로 가치를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개인의 가치를 인정해주면 좋지만, 요즘은 객관화할 수 있는 수치로 표현하면 더 많은 사람이 시선을 줍니다. 쉽고 빠르게 이해도 되고요. 같은 상황이어도 수치로 표현하면 신뢰가 높아집니다.


“저는 관련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참가해 1등을 수상했습니다. 그 외에 사회경험도 쌓기 위해 공공기관, 대기업 등 3개의 관련 대외활동도 했습니다.”


수치로 표현한 사람이 더 잘했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나를 표현하는 단어 선택은 주관적이고, 숫자는 객관적이니까요. 내가 암만 잘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인정할만한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하지도 않고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glenn-carstens-peters-npxXWgQ33ZQ-unsplash.jpg


‘Q. 이 회사 어떤가요? 중견기업이고 출퇴근하기에 가깝고 복지도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저는 3년 차인데, 연봉은 2800만 원으로 책정된다고 하네요.


그 밑에 달린 댓글. ‘A. 연차와 비교하면 연봉이 너무 적은데요? 출퇴근하기에 가깝고 복지도 괜찮으면 뭐해요. 연봉이 너무 적어요.’


좋은 직장에 다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척도로 연봉을 궁금해하고, 비슷하게 지인의 사업이 잘되는지 궁금하면 월 매출을 궁금해합니다. 얼마나 오래 일했든, 얼마나 정성을 쏟았든 ‘잘 벌면=잘 사는구나’라고 가치를 인정합니다.


물론 수치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 실상은 다를 수 있죠. 어떤 분들은 일을 정말 잘하는데도 연봉을 올려주지 않았다거나 연봉협상을 잘하지 못해서 낮은 연봉을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연봉은 높은데 일을 잘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렇지만 우리가 많은 사람의 내부 이야기를 다 듣지 않는 이상은 기업 규모, 연봉, 연 매출, 직원 수 등 객관적인 수치로 대략 판단하게 된다는 겁니다.

cookie-the-pom-gySMaocSdqs-unsplash.jpg


꼭 일하는데 누군가의 평가를 의식하고 해야 하는지,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지만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신의 생존 이유에 대해 늘 어떤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중 인정욕구는 심리적 욕구로 자기 존재감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남에게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는 일은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확신이 들고 그로 인해 삶의 목표까지 생각게 만드는 기제이기도 하죠.


누군가에게 “저, 라디오 DJ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분은 바로 제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거예요.

“라디오…? 어디서 라디오 하세요?”

그럼 저는 “네이버, 유튜브, 아프리카TV, 팟캐스트에서 라디오하고 있어요.”라고 답하죠.

다음 질문은 이렇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구독자 수가 얼마나 돼요?


조금 선을 넘자면, “라디오로 얼마 정도 벌고 있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물어본 사람도 있고요. 보통은 구독자 숫자를 가장 먼저 물어봤습니다. 숫자는 속일 수 없고, 묻는 말에는 대답해야 하니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000명 정도 구독하고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제가 만약 구독자가 만 명, 오만 명, 십만 명이라면 그 앞에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요.

scott-rodgerson-5v235ueAU58-unsplash.jpg


뭔가 그 수치가 나를 표현하는 것 같고, 내 가치를 말하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없어서 수식어를 덧붙입니다. 만약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많은 사람이 쉽고 빠르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오-! 그렇게 라디오 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시네요!” 라고요.


구독자, 팔로워 이 단어는 요즘 SNS를 많이 하는 시대에서 중요한 단어가 됐습니다. 어린이들도 쉽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영상을 올리며, 마지막에는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라고 말하죠. 우리는 왜 이렇게 구독자, 팔로워 수에 신경을 쓸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팔로워들>이라는 일본드라마가 있습니다. 4명의 성공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대다수 연예계 관련 종사자들입니다. 유명한 사진작가, 패션 업체 대표, 연예 소속사 담당자, 그리고 1명은 배우 지망생이에요.


1599394829775.jpg


그 배우 지망생은 주로 드라마에 한 컷 정도 나오는 단역으로 연기를 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좋은 작품의 주연을 하고 싶어 하는데 도저히 기회가 안 오는 거죠. 배역을 따려고 노력해도 소속사가 힘을 쓰지 못해서, 또는 대역이라서 현장에서 찬밥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유명한 사진작가가 그 배우 지망생의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SNS)에 올렸습니다. 꿈에 대한 열정이 있어 보여서 힘을 내라는 의미로 1장의 사진을 올렸더니, 그 이후로 그 배우 지망생이 소위 말하는 ‘인스타 스타’가 된 거예요.


하루 만에 팔로워 수가 열 배로 늘어나고,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금요일에는 인기가 없던 무명 배우 지망생이, 토요일에는 여러 사람이 관심을 쏟는 스타가 된 거죠. 하루 만에 벌어진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고 배우 지망생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은 말이야, 자신의 가치가 수치화되는 시대지.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게 된 배우 지망생은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눈에 띄어 연예계 진출을 하게 되고 드라마 주연도 맡게 되었습니다. 그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도 계속 한 문장이 맴돌았습니다. 자신의 가치가 수치화되는 시대라.


제가 왜 그토록 구독자 수, 조회 수, 좋아요 수에 집착하고 관심을 보였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숫자가 나의 가치를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william-hook-9e9PD9blAto-unsplash.jpg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 꾸준히 지속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직업의 성공 이야기를 보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꾸준히 일하면 실력은 늘기 마련이고, 관심 가지면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감도 생길 겁니다.


처음에는 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라디오를 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유튜브로 성공한 사람의 공통적인 비법은 ‘나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주 2회 이상 영상을 올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꾸준히 올렸습니다. 처음부터 큰 반응은 없었지만, 꾸준히 하면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해 재밌게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방향이 엇나갔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독자 수, 조회 수가 늘지 않고 반응이 없는 거예요.


라디오가 재미가 없나 싶어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내 라디오 어때?” 그러면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좋아, 줄리의 목소리도 좋고, 자기 전에 듣기에도 좋고.”


지인이라서 좋게 얘기해주나 싶었는데 처음 듣는 청취자분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줄리님 라디오 좋아요. 그렇지만 유튜브에서는 라디오를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저도 재밌고 웃긴 영상을 찾아봐요.”


그러고 보니 저도 라디오는 주로 운전할 때 듣고,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는 재밌거나 웃긴 영상을 택했습니다. 하물며 저도 유튜브로 라디오 듣지 않는데 누가 애청해주리라 생각했을까요.


성공 비법은 어디까지나 방법일 뿐입니다. 살을 빼려면 운동하면서 즉석 음식 먹지 않고 건강한 음식 섭취하세요! 공부 잘하려면 유명한 인터넷 강의 들으면서 졸지 않고 많이 공부하세요! 사업 잘되려면 팔릴 만한 물건과 맛있는 음식을 파세요! 모두가 방법은 알고 있죠? 방법만 알면 굉장히 쉬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할지를 알아야 하는데 비법은 그것까지 친절하게 떠 먹여주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되지 않죠.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는 내게 달렸습니다. 그걸 찾아내는 게 성공하는 핵심이죠.


thought-catalog-505eectW54k-unsplash.jpg


책 많이 보고, 정보를 찾는다고 해서 찾아지는 게 아닙니다. 내 일은 내가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많이 실패해본 사람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간다고 하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의자를 만드는 일을 좋아합니다. 의자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직접 디자인도 하고, 나무를 직접 사서, 깎고 제작하는 일이 좋습니다. 그 과정이 모두 좋은 거예요. 그럼 그것을 내가 앞으로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면 그 의자를 좋아해 주고 구매해주고 앉아주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내가 의자 만드는 게 좋다고 내 집에 계속 의자를 만들어만 놓고 앉지를 않고 쌓아만 둔다면 어떨까요. 둥근 의자가 좋아서 나만의 의자라서 특별하게 그 의자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그 의자를 앉아보니 너무 동그래서 불편하다는 거예요. 그럼 의자는 팔리지 않겠죠.


그러면 조금 방법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나만의 의자를 만들기. 많은 사람이 내 의자에 앉을 이유를 만드는 것. 의자를 직접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유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바뀌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will-francis-ZDNyhmgkZlQ-unsplash.jpg


유튜브에는 라디오 콘텐츠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라디오를 잘 듣는 대상을 고려한다면, 라디오 플랫폼에서 실시간 라디오를 하거나 팟캐스트에 오디오 콘텐츠를 올리는 게 적합했죠. 유튜브는 라디오를 다르게 바꿔 제 목소리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ASMR 콘텐츠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새로 구독하시는 청취자분들도 늘어나고, 좋은 반응이 많아졌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일을 잘할 순 없습니다. 해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으면서 '이건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라고 말하는 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A를 해보고 아니라면 B를 생각해보고, 하나면 될 줄 알았는데 두 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방법에 얽매이기보다는 ‘내 것’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면 나만의 길이 보일 겁니다.


자신의 가치가 수치화되는 시대라고 그 수치에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으로 나를 평가하고 나의 가치라고 본다면 금방 그 가치는 휘둘릴 수 있죠. 어떻게든 하면 할수록 수치는 늘어나기 마련이니까, 수치를 하나의 방향으로 보는 건 어떨까요.


저 같은 경우는 조회 수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걸 보고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수치에만 얽매인다면 욕심만 보일 거예요. 자극적이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방법대로 하면 당장은 반응이 보이겠지만 내 의지를 갖고 지속해 나갈 힘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치에 휘둘리지는 말자고요. 단, 휘둘리지는 말되 안 본다고 단념하면 방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더욱 잘하려면 계속 한 계단씩 올라가고 그만큼의 근육과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같이 더욱 단단해지고 올라가요. 제 앞에도 무수한 계단이 있습니다.


혼자 가면 외롭고 지치겠지만 같이 간다면 덜 외롭고 힘도 날 거예요.

우리 같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자고요.






▼ 줄리의 라디오 듣기


▼ 줄리의 유튜브 보기



keyword
이전 05화좋아하는 일로 돈 잘 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