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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Aug 02. 2021

나를 공격하는 악플러를 만날 때

싫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라디오를 시작하기 전에 약간 고민이 됐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꼭 피해갈 수 없는 하나가 있죠. 바로 악플러. 괜히 트집을 잡아 욕을 하거나 무례한 질문을 하는 등 대면하지 않아서 선을 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만약 내게도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싫어하는 감정이 생길 수 있겠죠. 저도 약간의 작은 이유로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요. 단순한 외모 악플이라던가 저를 잘 알지 못하면서 놀리려고 하는 말들은 크게 상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요하게 제가 싫어서 어떻게든 제 일을 방해하고자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바쳐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가끔 연예인이나 크리에이터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종종 봤습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고소를 해서 법적 절차를 밟을만큼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아, 괜히 저도 약간 걱정되긴 했습니다.



사실 심각한 걱정은 안 하고 잠깐 생각한 정도입니다. 아직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많은 청취자가 듣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싫어해서 못된 짓을 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만드는 라디오 콘텐츠와 실시간 라디오 방송이 자극적이지도 않아 관심을 받고 싶어 선을 넘는 사람도 몇 안 됐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닌가 봅니다. 제게도 이상하게 괴롭히는 악플러가 생기더라고요.


‘줄리는 정신연령이 어려요~풉’

‘줄리라는 사람이 더 있던데, 줄리님보다 외모는 더 낫더라고요?’

‘예쁘긴 한데 외모에 임팩트가 부족해요. 코 성형을 하세요’


괜히 선을 넘어서 저를 무시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외모 비교를 하면서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갑자기 느닷없이 자신의 정신질환을 고백하면서 제게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약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유명하지도 않은데 악플러가 생기다니. 아무래도 인터넷은 어쩔 수가 없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플러에 크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라디오하면서 선을 넘는 청취자는 소수였으니까요.



다만 초반에는 저를 응원해주던 청취자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할 때는 섭섭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한때는 팬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말투로 말을 하니 밉지만 미워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매번 선을 넘을 때마다 “그렇게 말하시지 마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라며 선을 보여줬지만 그럼에도 두 번 세 번 선을 넘는 행동을 했습니다.


다른 청취자들도 있으니 좋게 좋게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좋지 않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보려 했습니다. 정말, 싫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결국 그 청취자를 신고하고 차단했습니다. 되도록 제 손으로 청취자를 차단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전제를 알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 전제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도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할 수는 없어요.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 무례하게 구는 사람, 예의 없이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사람은 좋아할 수 없어요.


한 청취자가 저를 힘들게 하니 나머지 청취자가 저를 위해 좋은 명언을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줄리님. 이런 말이 있어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요.”



제가 아무리 상대방을 존중해주고 잘해주려고 해도 나를 해치려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서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사실 전쟁이라는 단어는 라디오에 맞지는 않는데, 그 의미가 뭔지는 느껴졌어요. 적을 만들지 않는 것, 정말 어려워요. 그리고 그걸 단 시간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겠더라고요.


가끔은 악플에 대해 청취자들은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줄리님, 그냥 무시하세요.”

어떤 때에는 무시가 답이긴 하지만 무시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아침 라디오를 하고 낮잠을 자던 때가 있었어요. 막 잠에 드려고 하는데 옆집에서 큰 공사를 하는 거예요. 벽을 뚫는지 엄청난 드릴 소리가 크게 전해지더라고요. 무시하고 잠을 잘 수 없을만큼요. 5분 뒷면 그만하겠지 싶어서 가만히 기다려도 20분 넘게 지속되는 공사 소리에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겠더라고요. 결국 옆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알고보니 옆집에서 물이 새서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사를 30분 동안 해야 한다고 했어요. 잠시만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녁 시간대도 아니었고 꼭 해야 하는 공사라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 상황을 알기 전까지는 짜증이 머리까지 차 올랐지만 대화를 하고 상황을 알고 나니 안 좋은 감정이 사라지더라고요.


만약 제가 직접 옆집에 가서 대화를 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무시하려고만 했으면 어땠을까요. 짜증은 짜증대로 나고, 무시하기 위해 노래를 엄청 크게 틀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아요. 옆집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소음을 피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했으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단순한 무시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죠.



옆집에서의 소음은 뜻하지 않게 나를 괴롭혔습니다. 옆집에서는 꼭 공사가 필요해서 낸 소음이었겠죠? 가끔 인터넷에서 외모 평가와 선을 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도움이 되라고 말하는 거예요.’. ‘방송하려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쩌면 그냥 하는 말, 표현의 자유라 하겠지만 뜻하지 않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공격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게는 선이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선을 넘는 말을 할 때는 약간은 정중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대다수는 사과를 합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덧붙일 때도 있어요. ‘오우, 앞으로 말을 잘해야겠네요.’ 그렇다면 여태까지는 편하게 막, 말을 하신 건가요. 이런.


라디오를 하면서 ‘좋게 정중하게 말을 잘하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되도록 청취자가 기분 상하지 않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어요. 제가 굳건하게 잘 있어야 제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분들도 편안하게 잘 들을 수 있겠죠? 그리고 여러분, 저 마음 착한 사람이에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요. 우리 모두 존중합시다. 서로서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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