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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Aug 24. 2021

크리에이터로 성공하는 방법이요?

몸이 약할 때는 상처가 잘 난다

말은 쉽게 나옵니다. 특히나 평가는 더더욱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고심해서 만든 디자인의 제품도 흘깃 보면서 “이건 별로다.”하고 지나친 적 있지 않나요. 예전에는 우스갯소리로 “내가 발로 그려도 저것보다 잘 그리겠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한 시트콤에서는 그 말에 짜증이 났는지, 진짜 발로 그려보라면서 발에 붓을 갖다 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물론 발로 그려도 못 그렸죠. 쓰읍 – 잘 모르면 말이라도 하지 말지.




겉으로 슬쩍 봤을 때는 뭐든 쉬워 보입니다. 그까이거 대~충 이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니야? 라는 유행어처럼요. 대학 시절 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어떤 사람을 바로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럼 책 내셨어요?” 또는 “등단하셨어요?”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들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닌데요.” 뒷말은 생략. 요즘 말로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다는, 할많하않.



저도 그런 적이 있었을 겁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말을 하려 했는데, 상대방도 알고 있는 가벼운 이야기라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하는 어설픈 충고를 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살면서 그 반대 입장이 한번 되어보니, 뭔가를 말할 때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겠다 싶어지더라고요. 말투도 중요합니다. “혹시 이거 아세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그거 모르죠?”라고 어림짐작해서 모를 거라고 물어보는 투. 상대방이 알고 있을지 모를지 모르는 건데도 대체로 모를 거라는 판단에 하는 질문, 조심해야 합니다.


제 라디오를 처음 듣는 청취자분께 유튜브 채널도 함께 소개하곤 합니다. 그러면 처음 유튜브 채널을 들은 분들은 이렇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줄리님, 유튜브는요.
이렇게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마도 제 유튜브 구독자 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서 채널이 더 잘될 수 있는 방향을 얘기해주고 싶었을 겁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이미 했던 것이나 하려고 하는데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 많았어요. (편집이 어려운 콘텐츠나 개인적으로 흥미는 없으나 조회수가 많은 콘텐츠) “그것도 해봤고, 그건 이미 유튜브 채널에 올려놨어요.” 처음에는 상황을 얘기했지만 같은 질문이 두세 번이 되고 나면 한 문장으로 줄여서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유튜브를 더 보시고 얘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의 영상들을 보고 이야기를 하셔도 좋을텐데, 유튜브는 보지 않고 먼저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줄리님, 이 내용으로 해보시면 어때요!”라고 말씀하는데 그 영상이 이미 유튜브에 있는데 안 보신 거죠. 그래서 "혹시 유튜브 보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아직 안 봤는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이제 반복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좋은 콘텐츠를 추천해주신 분도 많아요)


실시간 라디오를 하다 보면 잘 알지 못하면서 쉽게 얘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니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프리랜서로 라디오를 하고 있다는 것, 라디오에 시간을 꽤 들이고 있다는 걸을 말하면 “에이, 직장 다니면서 라디오 할 수 있어요. 핑계대지 마세요.”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핑계라뇨. 직장 다닐 때 퇴근 후 라디오 해보려고 했는데 시간과 상황이 안 되던데요. 자세한 얘기는 듣지 않고 먼저 판단을 내리고 말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할 때는 쉽게 어림짐작하는 말에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데, 방법을 몰라 고민이 많을 때는 "그건 이렇게 하면 잘될 텐데, 잘 좀 해보세요!"라는 말이 돌덩이가 되어서 마음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사실은 작은 돌인데 내 눈앞에 다가오면 작은 돌도 커 보이잖아요.



남은 쉽게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이 내게는 큰 돌덩이가 되는 거죠.

한번은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을 때, 친한 친구와 의도치 않게 다툼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다가 라디오 계정으로 새로 인스타그램을 한다고 말했어요. 마땅히 올릴 사진이 없다고 말하니까 그 친구가 "넌 올려야지. 이제 팔로워를 늘려야지!"하고 말하는 거예요. 사실 평소였으면 "그래, 앞으로 인스타그램도 잘해봐야지"하고 말할텐데, 그날따라 그 말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매번 유튜브 구독자 수, 팟캐스트 구독자 수, 실시간 라디오 청취자 수를 보고 있는데 그걸 늘리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그 방법을 찾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고 생각이 드는 때였거든요. ‘거기에 인스타그램도 팔로워를 늘릴 방법도 찾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청취자뿐만 아니라 내 친한 친구도 나의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리라고 말하다니. 인스타그램 운영하는 방법이란 방법은 찾아서 다 메모해둬서 ‘방법’이라면 알고 있었거든요. 방법만 안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죠. 방법은 방법일 뿐. 밥 로스가 그림은 이렇게 쓱-싹 그리면 된다고 방법을 알려줬다고 똑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매번 라디오에서 잦은 평가와 쉬운 짐작의 말을 듣던 상황이다 보니 친구의 한 마디도 들을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 말을 담고 있기가 힘들어서 친구에게 화를 내버렸어요.


'너는 내가 그걸 모르는 줄 아니, 인기를 얻는 게 쉬운 거야? 무작정 팔로워를 늘리라고 하면 나는 몰라서 안 해? 내가 몰라서 안 하니? 너는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쉽게 말해’


뒤늦게 친구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간 우리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너의 상황을 잘 몰랐고,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이 친구는 참 속이 깊었거든요. 친구가 제 상황을 단번에 알더라고요. ‘줄리가, 힘든 상황이라 나의 한 마디를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구나.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해.’ 라고 말하는 거예요.


속 든든하게 밥도 먹고, 재밌는 콘텐츠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한참 뒤에 친구가 처음에 보낸 메시지를 다시 봤어요. 다시 읽어보니 글자는 같았는데 처음 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친구는 덤덤하게 제가 인스타그램 운영한다고 말하니, 사진 올리고 팔로워도 잘 올리라는 말이었는데 저는 왜 그렇게 격하게 받아들였던 것일까요.



몸과 마음이 약할 때는요,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가 납니다. 상대방이 나쁜 의도를 갖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나쁘게 들리고요. 살짝 부딪혔는데도 멍이 날 때가 있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남의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얘기를 꺼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요.


한번은 서점에서 우연하게 꺼낸 책에서 눈길이 가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잘 되지 않아 흔들리고 있는가? 그럼 잘하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때는 올 것이고, 그래도 지속해나가야 한다.


의외였던 건, 흔들리는 게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흔들려도 지속해야 한다는 것. 그 문장을 읽고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흔들린다는 건, 뭔가에 부딪혔기 때문에 진동을 느낀 거겠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부딪혀가며 우리는 깨닫고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요, 백번은 흔들리고 천번은 흔들렸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백종원씨가 그런 말을 했거든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천번을 울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말을 듣는데 확 와닿았어요. 어떤 일이든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눈물도 흘려봐야 그 다음을 겪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흔들리고 정신을 차리니 같은 상황이라도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또 흔들릴 수 있을 겁니다. 흔들리는 게 뭐 어때서요, 사람이라면 처음 겪는 것에 흔들리는 게 당연하죠. 흔들리고 또 지속해나갈 겁니다. 비와 바람을 이겨낸 나무는 뿌리가 아주 단단할 겁니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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