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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Sep 13. 2021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생기는 일

바이러스와 악플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컴퓨터로 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는 일이죠. 특히나 업무를 하던 중,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겪게 되는 상황은 네글자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비백산, 우왕좌왕, 어리둥절, 대략난감!




여느 때처럼 보이는 라디오 영상을 편집하던 날이었어요. 업무를 하다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려고 부엌에 갔다 온 사이, 컴퓨터가 갑자기 이상한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파일이 저장되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들어갔던 영상 소스들이 없어졌다는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거의 70% 이상 편집했었거든요. 잠시 컴퓨터가 실수를 한 거라 생각해 (그럴리는 절대 없지만) 파일 목록을 찾아봤습니다. '아니, 이런!' 갑자기 컴퓨터 배경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한 거예요. 마치 영화에서 악당이 방심하고 있던 주인공의 등 뒤에서 나와 목에 칼을 갖다대는 것처럼요. 그리고 컴퓨터 속 악당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당신의 파일은 모두 내가 갖고 있다. 이 파일 갖고 싶으면 이곳으로 들어와서 내게 돈을 내놔라.”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어요. 악당은 이 말만 남기고 제 파일을 몽땅 도둑질해갔더라고요. 모든 파일에 파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저는 두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죠. “말도 안 돼!”


랜섬웨어에 감염됐을 때는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치게 됩니다.


첫 번째 '현실 부정'

고개를 저으며 분주하게 마우스를 움직입니다.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지금 갖고 있는 파일을 어떻게든 복구시켜보겠다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게 되죠. 검색 창에 '랜섬웨어 복구'를 검색하고, 이리저리 찾아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상황을 읽습니다.


Q. 컴퓨터가 랜선웨어에 감염됐습니다. 파일을 복구시킬 방법 없을까요?
A. 저도 그랬는데요. 포맷밖에 답이 없습니다. 아니면 돈을 엄청 주고 복구해야 하는데, 완전 복구는 어려워요. 포기하세요. 저도 3시간 검색해도 결론은 포맷이었습니다.


두 번째 ‘현실 순응’. 모든 네티즌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랜섬웨어에 감염됐을 때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깔끔하게 포맷을 하세요.' 오히려 방법만 계속 찾다가는 시간만 속절없이 흐를 것 같았습니다.



세 번째는 '행동 돌입'. 그래서 빠르게 포맷을 하기로 했죠. 다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고, 다시 영상 편집을 해야겠다. 컴퓨터 수리기사를 불러 2만원의 비용을 주고 기본 프로그램을 다시 깔고 포맷했습니다. 행동에 옮기면서는 네 번째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왜 그랬지, 바보, 바보, 나는 바보야!'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건, 출처를 알 수 없는 파일을 클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순간의 클릭으로 많은 작업을 물거품으로 만든 거죠. 영상에 필요한 소스들은 언제 다시 준비하고, 나만의 음악들은 또 언제 다 찾아놓지, 하며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휴.


이 다음부터의 반응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은 후회하고 낙심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된 채로 보낼 수 있고, 어떤 분은 다신 그러지 말자며 다짐을 하고 깨끗하게 잊어버릴 수 있죠. 저는 대수롭지 않게 포맷을 하는 와중에 오늘 계획했던 할 일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노트북으로 일했습니다. 



바이러스라는 게요.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고, 방심하다가 한 파일부터 시작해 모든 파일까지 손을 쓸 수 없게 망가뜨립니다. 바이러스가 내게 쉽게 접근해 나를 망칠 수 있지만 우리는 거기서 바이러스에게 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협박에는 신뢰가 없어요. 랜섬웨어에 감염돼 어디로 접속해 돈을 주면 파일 암호를 풀어주겠다고 하는데, 정말 돈을 줘도 풀어줄지 않을지는 모르는 겁니다. 그들의 손에 놀아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 너 가져라. 나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등을 돌리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라디오를 하면서 괜히 저에게 못된 말을 하거나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 인기도 많지 않고 청취자들도 많지 않아서 악플이 달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도 있더라고요. 저를 싫어하는 이유는 제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뭔가 꼴보기가 싫은가봐요. 그래서 이런 저런 비난의 말을 하시는데, 사실 그분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너도 힘들게 살아라'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짜증나는데, 너는 뭐가 좋다고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여?' 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아래로 끌어당기려는 마음이죠.


마치 랜섬웨어에 감염시키는 것처럼 이기적인 마음으로 못된 말을 던지고, 제게 바이러스를 퍼뜨려 부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생긴 악플에 그렇게 크게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는데,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무시를 하거나 처벌을 받게 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아직은 악플이 많진 않고 신경을 쓸 만큼이 아니라서 괜찮은데, 그 강도가 심해지면 저도 후자의 방법을 써야겠죠. 악플은 하나라지만 그 하나로 인해 같이 있던 청취자도 분위기에 휩쓸려 신경을 쓰게 돼요. 한 파일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모든 파일이 묶여버리듯이요.



주변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이 혹시 내게 티를 내며 행동을 하나요? 그럴 때는 그 행동을 더 못하게 털어버려야 합니다. 한 명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당해버리면 다른 사람에게 나는 '누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어요.


왜 나는 누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죠?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어떻게든 아래로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가만히 끌릴 순 없죠. 보란 듯이 툭툭 털어내고 정확하게 말하고 포맷해버리는 게 좋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백번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영상 편집 작업을 하다가 랜섬웨어에 걸리고 시간이 지체되어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이 소재가 에피소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쁘게 노트북으로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랜섬웨어에 감염되서 새로운 교훈을 얻고 하나의 에피소드를 얻었네요. (웃음)




▼ 줄리의 라디오 (월,수,금 오전 8시)


▼ 팟캐스트로 에세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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