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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롱박 Mar 06. 2020

눈이 온다고 편지를 주시다니.

에세이 - 눈에 대한



눈이 왔다. 

올 해 들어 첫 눈. 올 겨울 가장 눈 다운 눈. 


약속이 없는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더 따듯한 곳으로 파고드는 고양이에게 침대를 내어주고 일어났다. 커튼을 열어 보니. 눈. 눈이 오고 있었다. 조용히 끊임없이 내리는 눈. 하지만 놀랍게도 빠르게 온 동네를 감싸는 눈. 언제나 조금 들떠 있는 이 동네가 오늘따라 차분한 느낌이었다. 


이 눈을 너도 보고 있겠지. 

내가 보는 눈이 너의 동네에도 내리고 있겠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질문을 받을때면 항상 '스며드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곤 했었다. 서로에게 스며들고 색들이 섞이고 엉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도록 아득하게 스며드는 것. 


그런 사랑이 이 세상에 있다고 더이상 믿지는 않지만 오늘, 창 밖의 눈은 스며들고 있었다. 세상에, 이 동네에 그리고 나에게. "사랑이네-" 라고 생각했다. 


이 눈을 너도 보았겠지. 

내가 만난 눈이 너에게도 보였겠지. 


"눈이 왔어. 잘 지내?

조용히 눈이 내려서 스며들고 사라졌어. 너도 봤어?

나도 그러고 싶어. 저렇게 조용히 내리다

어느샌가 스며들어 사라졌으면 좋겠어."


어느새 입김이 닿아 뿌연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로 파고 들었다. 

침대로 스며들며 한참을 더 눈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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