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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롱박 Jun 19. 2020

나도 한때는 행복스러웟지요.

에세이 - 언어, 곧추서지 않는 허리에 대한 *


나도 한때는 행복스러웟지요.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나서 붓허는 매일 매일이 조금 삭은 기분이오.

누군가 말하기를 자신의 신체 한 부위가 의식되기 시작하면 늑은 거시라 하엿소. 지난 2년 잣은 통증으로 하여 나의 허리가 존재하믈 알어지게 되엇고 이번주는 그야말로 허리만 생각허는 한 주엿소.


웨 이럭게 까지 되엇슬까는 모루는 일이오만 확실한 거슨 이제 아조 조심히 몸을 서야만 한다는 거시오. 허지만 아조 육신을 자유롭게 쓰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몸을 앗기지 않은 나는 이번엔 아조 대단하게 허리를 다치고 말앗소.


하스피탈에 가 허리에 주사를 마잣소. 도수치료라 하는 고급의 치료도 받고 말앗소. 자본주의의 시대에 돈으로 아니 되는 거시 업소. 돈을 쓰니 허리도 곳잘 움직이게 되엇소. 하지만 지난 월요일은 허리가 너무 아파 무서울 지경이엇소. 친우들에게 통보하여 아프다 전하엿스나, 나의 아픔을 농담으로 넘긔는 것이 영 곱게 뵈지가 않앗소. 기분이 영 서운하얏소. '웨 나의 아픈거슬 알아주지 않나, 웨 눈치 업시 나를 놀리어 먹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로운 바믈 보내야햇소. 오는 전화도 밧지 않코 속으로 속으로 맘을 삭이엇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엇소 '내가 이런 농담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아프구나.' 하는 생각이오. 평소에  주위에서 '성격 좃다' 소리를 듣는 거슨 다 나의 건강과 심적 여유에서 비롯되는 거시라는 생각이 들엇소. 이번 긔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엇소. 애정도 배려도 관심도 사랑도 내가 안정되고 나서야 가능한 거시아닌가? 압으로는 더 건강을 생각할 거시오. 얼른 모믈 추수르고 다시 바쁜 매일을 보내야겟소.




이 작가의 문체는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나 있는 듯 하다. 하고 싶은 말이 가슴에 가득차 벅찬 사람 같고 언제든 터트릴 준비가 된 듯해 보인다. 별거 아닌 '슬슬 거러가면서 이야기나 합세다.' 라는 문장에도 아주 당당하게 허리를 곧추 세우고 걷는 그 사람이 보일 정도니까.


지난 한 주 동안 허리가 아팠고 그래서 허리를 곧추 세운 느낌의 글을 읽고 따라해 보았다. 하지만 내 긴 허리는 곧추서지 않아서 애써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언어는 참 신기한 것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성격과 표정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식당에서 주문을 할때에도 '여기 물 주세요.' 와 '죄송한데 여기 물 좀 주시겠어요?' 가 확연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당한 표정의 글을 쓰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만 두려움이 없고 단단해 보이는 그런 글. 그럴 때 마다 저 작가의 글을 꺼내 본다. 실제로 만나면 말 한마디 못 붙일 정도의 당당함을 가진 글. 그 글을 쓴 사람.


하반기가 되면서 공연예술계에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나 역시 2, 3개씩 일이 엮여 있어서 뭐 하나 명료한 구석이 없는 날들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저런 문제들이 소소하게 터져서 속 시끄러운 매일이 이어지고 있다. 쉽지 않은 내일 모레가 오겠지. 그러니 오늘 밤은 "뜻뜻한 방에 배를 깔고 업듸려 원고도 쓰고 촛불 아래 편지도 쓰고 때로는 담배 피여 물고 희망도 그러보고" 하며 보내야 겠다.




팝업퀴즈!


이 사람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로 근대 신여성의 효시가 되었으며, 배우 나문희의 고모 할머니이다. 6월 3째주 매거진 담다디에서 요롱박 작가가 '문체 따라해보기' 미션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다 써놓고 보니 끔찍하게 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작가의 이름은?

당당한 문체의 작가!!



환경의 지배를 밧기 실흔거시 내 고집이라난 것만 말해두지. 그럴 때마다 인생의 진면목을 보난 것 갓해.


환경의 지배를 밧기 실흔거시 내 고집이라난 것만 말해두지. 그럴 때마다 인생의 진면목을 보난 것 갓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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