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 아들 성연이

배 안아프고 낳은 아들

by 글담쌤


32살 성연이!

성연이를 알게 된 건 10년이 훌쩍 넘었다. 12년짼가?

어느 날 여드름 가득한 얼굴로 학원문을 들어서면서 "저 피아노 배우고 싶은데요"라는 말로 첫 입을 열었다. 난 20살 성연이의 피아노 선생이 되었다. 음악을 좋아해 내내 클래식을 듣다가 선택한 피아노였다.

그러나 너무 악보를 못 보고 유난히 진도가 안 나가는 청년이었다. 본인도 답답했는지 치고 싶은 곡을 무조건 외우겠노라도 방법을 달리하자고 제안을 한다. 악보를 통째로 외울 테니 어려운 곡을 들도 떼를 쓴다.

맙소사!

실력을 기초과정인데 원하는 곡은 쇼팽이고 베토벤이다. 불가능이다. 도저히 안된다고... 성연이의 열정을 나를 녹였다. 그날 이후 난 이상한 피아노 선생이 되었다. 악보를 통으로 외우며 레슨 하는 피아노 선생이 된 것이다. 기초과정을 확~ 생략해버리고 음악의 기초 이론도 건너뛰고 곡을 외우면서 하나씩 설명을 해나가는 얄궂은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다.


성연이가 처음으로 선택한 곡이 조 느린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였다.그때가 시작이었다."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가 성연이의 첫 암기 곡이었고 아주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매일 한마디씩 악보를 외워갔다. 어제 외우고 .. 오늘 외우고.. 악보를 못 보니 무조건 외웠다. 한마디 한마디를 외우고 돌아가지 않은 손을 박자에 맞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다. 기특하고 안타까움은 순전히 내 몫이다.


맙소사 이렇게 피아노를 치다니... 성연이의 악보에는 계이름 한글이 무더기로 적혀있다. 피아노 악보에 음표보다 쉼표보다 많은 악보가 즐비하다. 난 그 한글을 읽어서 피아노를 친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온통 한글이 가득한 악보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을 했다. 그렇게 한 곡씩 한 곡씩 자기만의 곡을 만들어 갔다.

피아노를 잘 치고 못 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마니아로 성장을 하게 된 모습이 멋지다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성연이! 난 그의 멘토가 되어주기로 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사이버 대학으로 공부할 것을 권했다. 성연인 훌륭히 대학을 졸업했다.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라고 권했다. 젊었을 때 여행 다니라고 시야를 넓히라고~ 돈을 벌 때마다 세계여행을 다니길 좋아했다. 한 번은 아르헨티나에서 6개월을 살다가 온 적도 있다.멋지게 자기 인생을 즐겼다. 스페인어를 배우겠다고 몇 년을 투자하느라 비싼 레슨비를 내느라 그동안 피아노를 띄엄띄엄 왔다. 하여간 스페인어를 제법 잘하게 된 성연이...토탁토닥~ 해준다


내가 미술 학원을 오픈하니 그림을 배우겠다고 떼를 쓴다. 결국 지금은 내게 피아노와 그림을 배운다

그리고

이제 성연인 글을 쓴다

소설을 쓴다.... 이쯤 되니 "따라쟁이"가 분명해진다. 나하는건 다 하는 녀석이다.






어젠 일요일이었다. 집에선 글이 잘 안 써진다고 학원에서 글 쓰려고 한다니까 당장 달려왔다. 자기도 같이 글 쓴다고 왔다.이야~ 나의 찐 팬인 성연이. 아니 아들 같은 성연이다. 자기 이야길 쓴다고 하니 꼭써달라고 한다. 대신 아들같은 에서 '같은' 은 빼달라고" 아들" 해달라고 조른다


내게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더니 그림으로 확산되어 오일파스텔과 유화를 그린다. 그러다 시작한 글쓰기도 있다. 나 브런치 작가됬다고 자기도 작가 할꺼라고 한다. 브런치작가도 될꺼라고 한다. 기꺼히 박수치며 응원한다.


이젠 9시간을 같이 학원서 글쓰기를 함께했다. 같이 있는 내내 음악을 틀어준다.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내 취향도 너무 잘 알아서 척척이다


이쯤 되면 스토커?

아니 아니.... 너무 멋진 아들이다. 학원에서 내내 자판 소리가 가득하다. 나도 밀린 글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자기 엄마랑 나랑 동갑이라고 원장님은 엄마라고 어디 가서 자길 아들이라 소개해 달라는 녀석이다.


내게 성연인 특별하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아들을 얻었으니 난 성공한 인생이다. 자기 주례를 서 달라고 이미 예약된 지 오래다. 따라쟁이 성연이 덕분에 밀린 글쓰기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초안이 90% 나왔다.함께 글 쓰니 지루하지 않고 집중도 잘되고 선곡된 음악도 너무 좋았다.


다음 주에 또 글 쓰지고 해야지 ^^

탈고해야 하니까... 자기 이름은 꼭 실명으로 얼굴 공개도 가능하다고 초상권 없다는 녀석이다.

내겐 아들이 생겼다.따라쟁이 아들이다. 곧 미국으로 취업이 돼서 간다. 녀석의 성장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자기 소설을 읽고 피드백을 해달라고 하는 아들에게 미소로 나의 의견을 나누며 주는 이제 어설픈 글쓰기 코칭까지 해준다. 신나서 박수를 치며 "바로 그거예요 뭔가 부족하다 했더니 역시~ 원장님은 작가 맞으세요. 엄만 작가예요" 이 한마디가 날 웃게 한다


신나는 글쓰기 함께하는 아들 따라쟁이 녀석 덕분에 글쓰기 팍팍~ 진도 잘 나갔다.

고맙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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