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선희가 학원서 오자마자 울면서 이야길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머니 선희가 왜 우는지 설명을 해보세요.” 조금 전에 학원에서 집으로 간 선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면서 엄마에게 떼를 쓴다고 한다. 피아노를 배운 지 7개월째인 선희는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고 날마다 신기하다며 즐겁게 피아노를 배우는 친구였다. 엄마의 설명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 애가 스타카토를 사달래요. 음악학원서 봤다고 사달라는데 어디서 파는지 좀 알려주세요. 스타카토가 뭐예요?” “네~에?” 잠시 빵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해 난 말을 잊지 못했다. 선희 어머니도 잠시 내 웃음이 잠잠해지질 기다리셨다. “어머니 학교 때 음악 시간에 스타카토 배운 기억이 있으실 텐데요?”
스타카토라~ 선희 어머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학교 때를 떠올리는 듯~ 난 잠시 웃음을 머금고 기다렸다. “원장님 그거~ 끊어서 치는 거요!” 기억이 나셨나 보다. “네 어머니 맞아요. 음을 끊어서 연주하는 거요” 잠시 설명하자면, 스타카토는 음악 악보에서, 한 음 한 음씩 또렷하게 끊는 듯이 연주하라는 말이고, 기호는 음표 위에 ‘점’을 찍는다. 음표 위에 점을 찍어 스타카토로 연주하라고 표시해 두는 기호이다. 선희가 스타카토를 기억하고 엄마에게 스타카토를 사 달라고 한 모양이다.
“근데 스타카토는 파는 게 아닌데 왜 스타카토를 사달라고 하지요?”라고 묻자, “학원에서 언니들이 피아노 위에 두고 똑딱똑딱 소리가 나는 걸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아하~ 알았다. 난 또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어머니 그건 스타카토가 아니라 ‘메트로놈’이에요. 박자기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의아한 어머님은 “무슨 놈이요?” 빵 터진 나는 “아이고 어머니 무슨 놈이~ 아니고 박자기를 메트로놈이라고 하는데요. 언니들이 피아노 칠 때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려고 피아노 위에 두고 연습을 하거든요. 그걸 보고는 선희는 선희식으로 ‘스타카토’라고 말을 한 모양이네요”
그날 난 배를 잡고 웃었다. 우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 같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이의 눈에는 그 소리가 스타카토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난 스타카토를 가르칠 때마다 선희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메트로놈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아이다운 생각이 너무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기억의 한 자락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만나고 엉뚱한 대답으로 즐거움을 주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면 난 그 아이다움을 닮아가고 싶다. 그 순수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만나고 싶다. 지금 선희는 무엇을 할까?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겠다. 그날의 스타카토를 기억할까? 갑자기 보고 싶다. 선희야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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