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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유진이 딸 세은이

by 글담쌤

글 쓰는 피아노샘.... 아니 오늘은 화가 줄리샘입니다



"저~ 상담 좀 받으려고 하는데요

제 딸이 6살이거든요.

한글은 모르고요.

피아노는 치고 싶다고 하거든요.

아이가 좀 산만하고 까불긴 해요."


전화를 받자마자 학부모님의 브리핑이 줄줄~

한번 방문하시라고 하니 5분도 안 돼서 똑똑 문을 두드린다.


너무 작고 이쁜 아이다

손도 작고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가 날 보고 부 그러 운 듯 쑥스러운 웃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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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귀염 뽀짝이라 일단 내 맘을 설레게 한다.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다는 아이

이미 마음을 모차르트이고 베토벤이다

근데 현실은 궁둥이 붙이고 피아노 앞에 10분도 못 앉아있는 산만함이다.


평생 음악을 접하고 사는 현대인들...

처음 접하는 음악이 힘들고 어렵다면 아이는 이내 모든 음악에 힘들다는 편견을 가질 것이다.

아이와 엄마와 상담을 진행 후 피아노는 잠시 미루었다가 7살 때 시작하라고 권한다

아이 입장에서 평생 음악을 접할 건데 어렵고 힘들게 다가서길 바라지 않는 마음이다.

몇 달만 더 있다가 시작하기로~ 권했다.


피아노 기초과정을 수행하려면 일단 수 개념이 4까지는 있어야 박자를 세고 나누고 더할 수 있는 게 좋다

당장은 피아노가 신나고 즐겁게 적응하다가 실기 연습 과정에 들어가면 어렵다고 끙끙거리는 아이들을 많이 봐서 가능하면 7살부터 수 개념이 생긴 아이들을 수강하도록 권한다

유아 피아노보다 아동음악부터 시작하는 우리 학원에서는

유아들이 접할 유아용 음악 교재교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학원은 기초 튼튼 입시에 맞는 레슨과 피아노 출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까지 운영하는 전문 피아노 학원이라 4~6살 친구는 전문 유아 과정을 하는 곳으로 안내한다



이쁜 아이의 엄마는 "원장님 저예요 유진이"라며 다시 나를 부르며 쳐다본다

누구?

"저예요 유진이요. 저 어릴 때 여기서 피아노 배우던 유진이요"

다시 한번 얼굴을 쳐다본다

기억이 안 난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 얼굴이 30살이 넘어 아이 엄마가 되어 나타나니 기억이 가물~가물~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이미 주부이가 팍팍 나는 유진이는 날 보고 반가워서 딸내미 데리고 온 것이다


맙소사!

이제 나의 피아노 제자가 그의 딸의 손을 잡고 학원에 등록시키러 온 것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 늘 똑같은 출퇴근을 한자리에서 19년 차 일을 하는 나는 시간의 흐름을 몰랐나 보다

늘 아이들만 상대하고 지내니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내가 나이 드는 것을 잊었나 보다.

자세히 보니 어릴 때 모습이 나온다.

덥석 손을 잡아본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얼굴에서 어릴 적 모습을 찾으니 반갑기 이를 때 없다.


전화를 하면서 내 목소리를 듣고 반가워 달려왔다고 한다

어릴 때 피아노 배우던 시절이 생각나서 후다닥~ 아이 데리고 달려온 유진이 그리고 그의 딸 세은이!

우리의 인연은 다시 엮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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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잠시 미루고 몇달 전 오픈한 미술을 등록하고 그림 공부를 시작한다

유진이 딸 세은이는 정말 산만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기억 속의 유진이도 그러했다... 닮은꼴~


조금씩 적응하는 세은이가 미술을 시작한 지 3달이 되어간다

어제 그림을 그리는 유진이 딸 세은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제법 집중을 하고 그림에 빠져든 모습이다



와우~ 드디어 학원에 오면 공부하고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고

화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기 그림에 스토리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

글은 몰라도 말로 하는 그림, 손으로 하는 자기표현과 색이 주는 매력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손꼽아 학원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유진이 딸 세은이

우리 미술학원 막내다


귀여워 귀여워~ 꼭 안고 흔들어준다

학원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나의 제자가 그이 아이들을 안고 올 때가 있다.

보람이고 기쁨이다


지금은 미술에 빠진 세은이를 응원한다.

"딱 6개월 뒤에 피아노 알려줄게~"

이렇게 원생들 등록을 미루는 나는 원장이다.

아이가 난생처음 접하는 피아노가 즐겁고 흥미롭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 때는 한 달 한 달의 성장이 남다르다는 걸 알기에....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이의 성향에 맞게~ 시작하길 권하는 난 학원 운영을 잘 못하는 사람인가?

하여튼 오늘은 신난다


유진이 딸 세은이가 집중하고 그림에 빠진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까닭이다.



점점 그림에 흥미를 느끼고 미술 시간을 기다리는 세은이는

내 제자의 딸이다

아우~ 너무 이뻐~ ^^

6살 세은이 만세!


"유진아 네 딸.... 이쁘게 지도하마"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흐뭇하게 이어진다.

살맛 나는 학원장 생활 뿌듯 뿌듯





#제자의딸 #유진이의딸_세은이 #미술샘버전 #화가_줄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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