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결혼하고 집이 텅 비었다. 익숙하리라 생각했던 적막이 이렇게도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다. 아들 결혼 후 흔들거리는 마음을 뭐라 할까? 내가 예민한가?
울산으로 내려갈까? 그냥 학원을 좀 더 운영할까? 또 이런 생각이 스물거립디다. 왜? 또 흔들리지? 참나~
아들이 없는 공간의 허함은 결혼 전, 후가 다르더라고요. 남편은 울산에서 취직을 해서 주말밖에 못 보니 완전 '나 홀로 살자'가 되어버렸답니다. 좋았답니다. 며칠간은... 근데 간사한 인간의 마음은 너무 좋은데 내 맘의 휘몰아지치는 외로움과 공허한 너무도 크게 비어버린 공간은 생각지 못한 복병이었답니다. 빈 둥지 증후군이 이런 걸까요?
제자들에게 학원 운영을 물려줄 때까지 3년이 남았는데 그때까지는 내가 운영할 거라 결정했는데 울컥하게 올라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고를 치기로 했답니다. 변화가 필요해. 울 아파트 전세 줄고 지금 아파트로 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이젠 울 학원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원생들이 너무 많을 때는 몇 걸음만 걸어도 학부모님과 부딪히니 불편해서 다른 아파트를 고집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편하고 싶어서 인지? 이젠 울 학원이 있는 아파에서 살고 싶어 졌거든요.
남편은 좋은 생각이라고 응원을 하네요. 눈 비 오는 거 걱정 안 하고,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이라면 이사 가자고, 진작에 그렇게 생각하지라며 이사를 독려하네요. 이사를 통해 허한 공간을 좀 채우라는 의도가 숨어있는 건 이미 눈치챘지요. 결정은 단호했다.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었다. 결정은 시작을 말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시작해 보자고.
참 일이 되려고 하면 금방 풀린다더니 아들 부부가 신혼여행 간 사이 9일 전 상가 1층 부동산에 전화를 했답니다. 이사 가고 싶은 데 갈 곳이 있냐고? 매매, 전세, 월세 제법 매물이 있더라고요. 매매는 안되고 이미 울산과 안성에 아파트가 있는데 또 사? 아니 아니요. 전세는 이사 날이 다 너무 멀어요. 그럼 월세? 좋아요. 이 나이에 월세를 살기로 하고, 그렇게 난생처음 월세를 알아보았네요. 지난 토요일 문화재 답사 후 저녁에 아파트를 보러 갔답니다. 맘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계약했지요.
그리고 월요일 우리 집 아파트를 내왔어요. 바로 계약이 되었답니다. 바로 입주를 원하길래 이삿짐센터를 불러 견적을 받고 이삿날을 최대한 빨리 잡았답니다. 그날이 오늘입니다. 우리 집은 지금 이사하고 있답니다. 남자 3 여자 1명이 아침 8시 30분 도착해서 짐을 싸길래 몇 가지 주의 사항만 말씀드리고 학원으로 왔답니다. 관리비 정산, 도시가스 이전은 어제 미리 다 예약해 뒀더니 아침에 10시 이전에 모두 처리가 되네요.
근데 갈 곳이 없어 학원으로 올라왔어요. 점심때까지 이삿짐을 싸고 점심 식사 후 아파트에 짐을 풀기로 한다네요. 그럼 오늘부터 이삿짐 정리가 시작되면 한동안 정리하느라 딴생각을 안 하겠지요. 금요일 남편이 올라옵니다. 남편이 오기 전에 정리를 다해 두고 싶은데... 일요일엔 아들 부부가 온답니다. 집에 나 혼자일 때보다 식구들이 전부 모인다니 너무 좋은 거 있죠? 남편 직장 그만두고 올라오라고 할까? 내가 정리하고 내려갈까? 두 번째 서른 살이 되었으니 철이 들어야 할 텐데 아직도 어린애처럼 외로움 타령을 하고 공허함 타령을 합니다.
남편은 애가 쓰인다고 새벽부터 전화로 단단히 일러둡니다. 차분하게 ㅇㅇㅇ 일 처리하라고... 내가 앤가? 이미 다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안 해도 될 잔소리를 붙입니다. 애가 쓰이긴 쓰이는 모양입니다. 회사에서 월차를 못 내게 바쁘니 할 수 없죠. 또 전화가 울리겠죠? 진행 상황을 물어볼 테죠. 이삿짐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마누라 걱정이란 걸 압니다. 은근히 전화를 기다리는 내 맘은 또 뭐지?
처음 경험합니다. 이사하자. 그럽시다. 방 구하자, 오케이. 이 집 계약합시다. 그럽시다. 우리 집 내놓읍시다. 콜~. 방이 바로 났네요. 빨리 이사 오고 싶답니다. 그래요? 이삿짐센터 콜~. 이삿날 잡고 이사. 그렇게 9일 만에 이사를 합니다. 어젯밤 아들이 남은 자기 짐을 가지러 들렀답니다. 9일 만에 이사한다고 했더니 "엄만 그럴 수 있죠" 합니다. 울 아들 놀라지도 않습니다. 뭐~ 엉뚱한 엄마인 걸 아니깐요.
빈둥지는 단지 빈 공간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시 채울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남편의 '애가 쓰여서'라는 말 대신, 두 번째 서른 살에는 조금 더 ‘나’로 채워볼 일이다.
아들이 자기 짐을 들고 간 후 비어버린 공간을 보다 그래 잘된 일이야. 아들은 1+1으로 든든한 자기 쪽에게 갔으니 얼마나 고마워 저 빈 공간에 뭔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돼. 좀 외롭고 허전하면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누구도 나 속의 나를 채울 수는 없을 거야. 난 나로 충분해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보자.
머리를 돌리니 주변에 늘린 책이 보인다. 그래 책 보자. 작가님들과 만남으로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거야. 은미야. 좋아하는 독서로 글쓰기로 너를 만들 기회로 삼는 거야. 아싸~ 알찌.
허우적거리는 나에겐 가족이란 울타리가 있고 나를 토닥일 책들이 즐비하니 난 행복한 거야. 이런 투정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복받은 거지 뭐~ 룰루~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앞에 있는 책을 펴자.
"그래, 책 보자."
책을 펴는 순간, 오늘의 할 일이 다시금 마음에 떠올랐다.
"앗! 오늘 이삿날이지."
잠시 후면 도착할 이삿짐을 기다리며 나는 책장을 펼쳤다.
책을 펴다 씨익~ 웃는다. 9일 만의 이사. 하하하 가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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