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등어 추어탕

by 글담쌤


가난한 어린 시절은 가난하지 않은 어른이 되어 꺼내 먹기 좋은 잘 익은 김치 같다. 국민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집 추어탕엔 미꾸라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난 추어탕이 가을에 먹는 음식이라서 '추어탕'인 줄 알았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엄마는 당시 저렴한 고등어로 추어탕을 끓였다. 가난한 살림에 미꾸라지를 살 돈 대신 값이 싼 고등어를 샀다. 저렴한 고등어에 굳은살베긴 엄마의 손으로 연탄아궁이에 삶았다. 엄마는 시래기 이파리 하나까지 아껴가며 다듬었다. 버리는 부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정성스러운 손길을 나는 늘 곁에서 지켜봤다. 새끼들 한입이라도 더 먹일 엄마의 애씀을 어릴 적부터 눈으로 익혔다.


다 삶은 고등어를 손으로 일일이 뼈를 추려내고 소쿠리에 걸러 시래기를 된장에 조물조물 양념을 한걸 기억한다. 마늘과 고춧가루, 대파, 양파, 갖은양념으로 고등어 추어탕을 끓인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건 아마도 그 맛을 기억하는 탓이다. 아니다. 그 맛보다 식구들이 동그란 상에 둘러앉아 아버지가 넣은 제피가루를 따라 넣어보고 맵고 알싸한 맛에 놀랐던 추억의 한 장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추어탕엔 제피가루가 곡 있어야 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한 맛은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기념비적인 맛을 내는데 일등공신이다.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고등어 추어탕이 제일인 줄 알았던 국민학교 시절이 언제나 웃음버튼이 된다


그러다 대학시절 학사주점에 들어 소주 한 잔에 인생을 논하고 낭만과 미래를 걱정하며 안주로 시켰던 추어탕은 우리 집과 뭔가 맛이 달랐다. 미꾸라지 추어탕을 맛본 거다. 이야~ 그렇구나 미꾸라지였구나 싶었다. 그러다 장어로 추어탕처럼 끓인 장어탕이라고 해야 하나? 점점 입맛과 탕에 대한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은 추어탕은 수십 그릇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보며 캬~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도 이상한 건 울 엄마의 고등어 추어탕이 스물 거리며 그리워지기 시작한 거다. 음식은 그 고유의 향과 맛 그리고 추억이 양념되어 있나 보다. 이제 엄마도 고등어 추어탕을 끓이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 동네에 맛있는 추어탕 집이 생겼다고 동갑내기 세탁소 친구가 가보자고 한다. 순간 난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아마도 추어탕 먹을 때마다 울 엄마를 기억할테다. 음식은 그렇게 추억과 옛날의 향수를 머금은 오래된 이불 같다. 오래된 이불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엄마의 살냄새가 스며든 이불처럼 그렇게 엄마 냄새가 추어탕 속에 스며있다.


엄마의 고등어 추어탕 먹고 싶다. 어린 날 한상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6 식구 숟가락질하며 고등어 추어탕 호호~ 불어먹던 그 순간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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